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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Mar 02. 2023

엄마로서 반성한다.

괜한 자책인 줄 알지만,

저녁으로 자장면을 외치는 강을 핑계로 오래도록 사랑받은 동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오래간만에 MSG를 잔뜩 먹어선지 더부룩한 속을 감당할 재간이 없어 나간 산책길. 그믐도 아닌 밤인데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이아가 또렷이 보일 정도로 오늘 밤공기는 더없이 청명했다.


그런데 서쪽 하늘 두 개의 별이 가까이 붙어 유난스럽게 빛나는 게 눈에 영 거슬렸다. 밤하늘 별 보는 게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인 나는 유난스럽게 빛나는 별이 인공위성이란 걸 알았을 때 사기 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므로 눈이 아플 지경으로 청아하고 독보적으로 빛나는 두 별은 당연히 인공위성일 것이라 단정 지었고 아니꼽게 보며 아이들과 산책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별들을 함께 보며 진짜 우주를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간절함을 아이들은 알까? 나는 겸과 강에게 저 두 별은 진짜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고 저 인공위성 때문에 주변의 진짜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하며 말했다. 반달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는 오리온과 카시오페이아를 손으로 애써 이으며 진짜 별을 보자고 아이들의 눈을 돌렸다. 오늘 같은 날이 잘 없는데! 맑은 공기를 누릴려면 추위를 감내해야 하는데 일곱살짜리한테는 가혹한 온도였나보다. 강이 춥다고 우는 바람에 별구경이고 나발이고 얼른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난 지금, 뉴스를 접하다 깜짝 놀랄 소식을 읽고 말았다. 산책하는 우리 머리 위에서 유난을 떨며 빛나던 그 두 별은 사실 금성과 목성이었다고 한다. 오늘 달의 직경 거리만큼 두 행성이 초근접해 금성과 목성이 거의 하나로 보인다는 것이 천문대 관장님의 설명이다.


하얀 입김 호호 불어가며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고 우리가 속한 우주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날이었는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 엄마 덕분에 우리 겸과 강은 오늘 그 두 별을 영원히 인공위성으로 기억하겠지. 괜히 자책하게 되는 건, 좋은 건 어떻게든 누리게 해 주고 싶은 엄마이니까. 반성문은 이즘에서 줄이고 2년 뒤에 꼭 만회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소원으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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