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가 영국왕립예술학교(The Royal College of Art)의 새로운 명예 총장에 임명됐다. 그는 과거 이 학교에 진학하려다 내성적인 성격과 학교 분위기가 맞지 않아 포기한 이력이 있기에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이끌었던 그는 아이폰을 비롯해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디터 람스(Dieter Rams)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해 주목받은 적 있다.
조나단 아이브뿐만 아니라 무인양품의 하라 켄야를 비롯해 동시대 유수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디터 람스는 누구인가. 그는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났으며, 1955년 브라운社에 입사해 1997년 퇴사할 때까지 총 514개의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소위 끝장을 본다는 말이 어울리는 디자인이 있는데 람스의 제품이 그러하다. 그의 디자인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하나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으며 뉴욕의 MoMA를 비롯한 다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중소기업이던 브라운이 세계적인 가전기업이 될 수 있었던 데에 그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특히 오디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이를테면 최초의 포켓 라디오 TP1이 대표적이다. 이는 1959년에 출시되었으니 1979년에 출시된 소니의 워크맨보다 무려 20년이나 앞설 뿐만 아니라, 눈치챘겠지만 휠을 장착한 애플의 아이팟 초기 모델과도 닮아 보인다.
더 이상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완벽에 가까운 그의 디자인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Less but Better/적지만 더 나은 디자인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Less is More와도 일맥상통하며 "완전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라는 생텍쥐페리의 주장의 간결한 버전이 아닐까.
국내에는 전자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데 그는 가구 브랜드 비초에(vitseo)와의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모듈에 관심이 있는데, 람스가 고안한 606 선반 시스템은 폭과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듈 시스템이다. 실제 본인이 디자인한 제품들로 가득한 집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람스는 특히 아끼는 제품으로 바로 이 비초에 606 선반 시스템을 꼽았다.
현재 그의 가구 디자인의 판권을 독점 보유한 비초에는 자사 광고에 제품을 내세우는 대신 람스의 철학을 소개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것이 바로 그의 디자인 10계명이다. 그는 일찍이 1970년대에 이 불변의 법칙을 발표했는데 약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비단 디자인 분야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황금률로 삼을 만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10계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우리가 제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Good design helps us to understand a product.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Good desing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영속적이다.
Good design is enduring.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consistent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함께 읽으면 좋을 책
«Dieter Ram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파이돈과 디터 람스의 조합만으로도 '믿고 볼 수' 밖에 없다. 본문에서 언급한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도 참여했다.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의 마지막 항목을 제목으로 채택한 이 책은 총 4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그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집필을 위해 특별 촬영된 자택의 사진을 비롯해 그의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
저자 | Jonathan Ive 외
출판사 | Phaidon Press
발행일 | 2011년 06월 22일
판형 및 두께 | 215*275*30 mm
분량 | 390쪽
ISBN | 9780714849188(0714849189)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커버 이미지 dezeen.com
기사의 전문은 에세이 매거진 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