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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매거진 Jun 14. 2017

의자는 작은 건축이다 III

아르네 야콥센의 «7 Chair Series»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는 광고가 있습니다. 여느 카피 문구처럼 과장이 담겼지만 의자가 인체에 가장 오래 닿아있는 가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는 “의자는 건축이다”라고 까지 말했을 정도이니까요.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함께 가구 시장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고 그만큼 저렴하고 다양한 가구를 향유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짧은 연재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의자에 얽힌 스토리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서울에 이어 대구에도 단독 매장을 오픈한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Fritz Hansen)社는 지난해 최대 매출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아마도 그 일등 공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자 중 하나인 «Series 7 chairs» 덕분이라고 본다. 이 제품은 덴마크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1902-1971)에 의해 고안되었다. 세븐 체어는 그의 디자인 중 단연코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의자다. 호텔부터 카페, 가정집까지 어디에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우리나라에서도 매력일거다. 그런데 과연 그뿐일까.


«Series 7 chairs» (1955) (출처: fritzhansen.com)


모든 분야가 그렇듯 때로는 같은 분야의 경쟁자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야콥센이 디자인에 착수할 당시 미국의 디자인을 이끈 찰스 & 레이 임스 부부로부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탄생한 이 제품에는 당시 래미네이션 기법의 정수가 동원되었다. 나아가 태블릿, 레그 등 각 요소에 대한 광범위한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은 고급 세단 부럽지 않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일찍이 규격화된 모듈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의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1950년대 출시된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반증하듯 세븐 체어 시리즈만을 위한 웹사이트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링크: www.7chair.com



(출처: cousinsfurniture.co.uk)


야콥센은 디자인만큼이나 탁월한 작명 센스를 지닌 것 같다. 세븐 체어는 야콥센이 먼저 고안한 «Ant chairs»에서 진보된 버전인데, 앤트 체어라는 이름 그대로 잘록한 개미허리를 닮았다. 압축 성형한 합판으로 제작한 본체와 스틸 다리만으로 구성해 경제적이고 가볍기까지 하다. 초기 모델은 다리가 세 개였지만 사후 네 개인 모델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Ant chairs» (1951-1952) (출처: hivemodern.com)


사실 야콥센의 디자인은 거의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된 것이며, 이것이 나중에 시리즈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장 전체론적으로 통합된 프로젝트를 꼽자면 «SAS air Terminal and Royal Hotel, Copenhagen»이다. 야콥센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직물, 조명, 식기 등 사소한 디테일 하나까지도 일관성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 «Egg and Swan chairs»가 바로 이 SAS 호텔 인테리어를 위해 고안된 것이며 여기에서 그의 미래주의적 미학도 엿볼 수 있다.


«Egg and Swan chairs» (1957-1958) (출처: staticflickr.com)


아르네 야콥센이 어디에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베스트셀러를 창조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실용예술과 순수예술을 모두 공부한 이력을 지녔다. 두 가지 훈련의 조합은 야콥센으로 하여금 이후 건축, 인테리어의 범위를 넘나들며 기능적으로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균형 잡힌 제품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SAS air Terminal and Royal Hotel, Copenhagen» (1956-1960) (출처: phaidon.com)


무엇보다도 야콥센은 이상적 통합된 인상(overall impression)'이 성취되기 위해서 건축과 제품 디자인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재료와 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변치 않는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생산하기 위해서 조형적인 형태와 유기적인 형태를 결합했으며 이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전통적 특성과 신기술의 결합으로 평가받는다.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커버 이미지  fritzhan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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