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I Magazine

My bottled water

깨끗한 물 한 잔이 불어 넣는 심상

by 에세이 매거진


"무결한 생수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미니멀한 물질이 아닐까? 그것은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알찬 영양소를 듬뿍 머금은 순수한 미네랄워터의 매력이야말로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상징인 것이다."



어떤 새벽,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배경음악을 라디오에 맡겨 놓고 커튼을 걷는다. 유리창을 통해 스며드는 따사로운 햇살을 마주하는 일은 맑은 날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 하지만 유리잔에 티 없이 순수한 생수 한 잔을 따라 마시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다. 자는 동안 탈수가 진행된 몸에 깨끗한 물 한 잔이 불어 넣어주는 심상은 시처럼 아름답다.



겨울과 봄 사이, 마치 책갈피 같은 봄비가 내린다. 사실 너무 화창한 날보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그날도 그랬다. 좋아했던 친구의 집에 방문했던 날, 낯설고 차가운 공기에 나 자신도 모르게 수줍게 요청했던 건 따뜻한 물 한 잔이었다. 손끝까지 퍼지는 온기에 비로소 대화를 이어갈 용기가 생겼다.



사무실 나의 자그마한 책상 위엔 남들이 가진 것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 그 흔한 포스트잇도 그렇다고 개인의 취향을 강하게 풍기는 값비싼 피규어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해서 특별한 것, 그것은 바로 보틀 워터이다. 동료들로부터 멀쩡한 정수기를 놔두고 물도 사 먹는다며 핀잔도 들었다.



고백하건대, 아름다운 패키지에 반해 허세를 부린 적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무결한 생수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미니멀한 물질이 아닐까? 그것은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알찬 영양소를 듬뿍 머금은 순수한 미네랄워터의 매력이야말로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상징인 것이다.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심규호 Shim Kyu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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