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I Magazine

The minimalist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의미

by 에세이 매거진


"무엇보다도 미니멀리스트는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소녀들이 마크 제이콥스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패션에 조금 관심 있는 소년들은 라프 시몬스를 열망했었다. 이제는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소년들이 고샤 루브친스키를 입으며 패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고샤의 맨투맨을 걸친 반항적 소년이 환기하는 충격만큼이나 라프가 선보인 독창적인 미니멀 룩 또한 신선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간결함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마치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에 어떠한 극사실주의도 형언해 낼 수 없는 숭고함이 담긴 것처럼.



무결한 미니멀리즘의 패션을 추종하기 시작하면서 내 옷장의 컬러 팔레트는 블랙과 화이트로 단순해졌고, 네이비가 긴 문장 사이의 외로운 쉼표처럼 쓸쓸히 있었다. 하지만 단지 검정이면 미니멀한가? 모든 빛을 흡수해 버린 블랙홀 같은 검은 옷장은 라프가 보여준 룩과는 확연히 달랐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최근 방문했던 미술관에서 단서를 얻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서세옥의 개인전이 열렸는데 그곳에서 <도룡(屠龍)>이라는 짤막한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용을 훔치는 것이란다. 상상 속에 있는 용을 훔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인간이 미를 완성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진리를 담아낸 표현에 긴 여운이 남았다. 제목만큼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심상을 남긴 것은 그가 입었던 캘빈 클라인의 블랙 티셔츠였다. 어떠한 디테일도 감춘 티셔츠에는 서세옥이 오랫동안 고집해 온 수묵화의 먹색처럼 깊이가 있었다.



사실, 단순함이 미니멀은 아니다. 맑고 투명한 생수에 보이지 않는 미네랄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알차야 한다. 옷으로 치자면 기본에 충실한 옷, 블랙이더라도 고유의 텍스처가 살아있는 옷, 숙련된 기술과 오랜 정성이 담겨 있는 옷, 동시에 바우하우스처럼 기능적이고 견고하면서 건축과 어우러지는 옷이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구현이다. 어쩌면 그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마치 용을 훔치는 일처럼.



무엇보다도 미니멀리스트는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이미 질샌더를 떠났던 라프 시몬스가 디올마저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유는 ‘행복을 찾아서’. 그는 그렇게 또 한 번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심규호 Shim Kyuho




더 자세한 콘텐츠는 에세이 매거진 1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 STUDIO ESSAI all rights reserv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