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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Feb 14. 2022

까치집과 아파트

집 짓는 까치가  부러워지는 출근길

우리 집 아파트 단지에는 유난히 까치가 많다. 30년 전 주택공사가 지은 주공아파트는 친 자연적으로 만들어서 단지 내 나무와 공원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건설공사가 짓는 아파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득을 남기기 위해 아파트 한동이라도 더 세워 공원과 나무가 부족한 편인 것 같다.


까치는 출근을 하러 집을 나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친구다.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가져다주는 새라지만 사실상 농부의 농작물을 망치는 유해한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작물이 없는 도시심 속 까치는 제 알아서 벌레 등을 찾아 먹는다. 하늘로 향한 긴 꼬리는 도도해 보이고 선명하게 대비되는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푸른빛의 날갯죽지는 반짝반짝 윤이 나고 세련돼 보인다. 야생생활에도 항상 깨끗하다. 말끔한 턱시도 정장 가슴 포켓에 푸른 비단으로 포인트를 준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도로 위로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이윽고 까치가 도로 옆 인도에 앉는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옮기다 떨어뜨렸는데 도로라서 차가 오는지 살피는 중이었다.

까치는 발을 종종거리며 머뭇머뭇 망설이더니 차가 없는 틈을 타 도로로 나간다. 나뭇가지가 까치 몸에 비해 무거워 보인다.  나뭇가지를 물다 떨어뜨리다 반복하다. 끝내 안정적으로 입에 무는데 성공한 후 힘차게 날아오른다. 나도 차가 올까 봐 조마조마했는 데 성공하니 뿌듯했다.


나의 시선도 까치를 따라 날아오른다. 까치는 단지 사이에 있는 작은 나무 위 가지 사이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있다. 얼퀴설퀴 하지만 꽤나 안정적이고 완벽한 모습이다.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위험한 요소들로부터 새끼를 지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나뭇가지가 한 수백 개쯤은 되는 것 같다.


까치집과 아파트

까치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먹거리를 찾고 집도 짓는다. 나도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오늘의 고깃값도 벌고 집 살 돈도 구하러 일터에 나간다. 까치와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까치는 집이 있다. 나는 직장생활 15년째에도 집이 없다. 남의 집을 빌려 쓰고 있다. 집살 돈을 모으면 집값은 저만치 더 높은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있다.

 

까치로 치면 나뭇가지를 옮겨 왔는데 하루 하루  집 터전이 나무 위쪽으로 자꾸만 옮겨가는 기분일 것이다. 집은 내가 나뭇가지를 모아 올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오늘 구해 올 수 있는 나뭇가지는 한정적인데 집은 자꾸자꾸 저 높은 곳까지. 까마득히 높아 점으로 밖에 안 보이는 실현 불가능한 그런 현실성 없는 세계의 구름 뒤로 가려져 버렸다.

아침 출근버스를 기다리며 집 짓는 까치를 보며 '까치도 집이 있는데 나만 없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상상해 본다. 집 짓는데 능력 있는 까치가 나뭇가지마다 다 집을 지어놓는다. 다른 새들에게 집을 빌려주고 대신 벌레를 받는다. 이제 까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벌레를 잡지 않아도 평생 놀고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까치는 그렇지 않다. 자기와 가족들을 보호해줄 집 한 개면 충분하다. 우리도 그러면 될 텐데. 내가 살 집 하나씩만 가지면 이렇게 집이 부족해서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폭등하는 일은 없을 텐데.

까치집을 바라보며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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