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 걸기

민중들은 어질고 현명한 존재

by 정미영

이성부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당신에게 말 걸기 >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 작품 중에는


인상 깊은 것들이 많이 있지요.


이성부 시인은 ‘벼’라는 소재를 통해


민중의 공동체적 유대감과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햇살과 바람이 상징하는 온갖 고난을


민중 개개인은 공동체가 될 때


비로소


저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지요.


당신은


민중들이 어질고 현명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쓴 이성부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