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인의 유튜브 사랑
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다.
출근에는 약 1시간 정도가 필요하며, 퇴근 시에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와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늘 사용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런 내가 꾸준히 그리고 하루 중에 아주 부지런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바로 구글의 유튜브다.
사실 처음에는 유튜브를 '시간 때우기용' 관점에서 바라봤었다. 코로나 이후 설 자리가 없어진 개그맨들이 올리는 개그 관련 유튜브들이 아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하다 보니 의외로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에 좋은 서비스라는 것을 알았다. 과거 자료부터 각 장르에 맞는 음악들이 모두 업로드되어 있었다. 이것은 평소 집에서 방구석 DJ를 하는 나에게 아주 유용했다.
그다음 관심을 가진 분야는 '주식'이었다. 평소 나는 전문가들 혹은 비전문가들이 사고 팔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는 아무 감흥이 없다. 다만, 주식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라던지, 현재의 상황, 이슈가 되는 것과 그 이유 등은 매우 관심이 많은 편이다.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판단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후 내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서 운동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맨 처음 효과를 본 것은 '수영'이었다. 나는 수영 강습을 받은 적이 없지만, 무릎이 안 좋은 상태에서 살을 빼기 위해 수영은 꼭 해야 되는 필수 운동이었다. 그래서 유튜브의 수영 콘텐츠를 보고 따라 하고, 안 되는 걸 다시 확인하고 다시 자세를 고쳐보는 걸 통해 자유형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이어트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헬스도 마찬가지다. 과거 트레이너와 운동한 적은 있었지만, 혼자 운동하다 보면 자세가 이상하게 틀어지고, 효과적인 운동방법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에도 트레이너 없이 영상을 통해 각 부위의 자세한 운동 방법과 잘못된 자세들을 떠올리며 연습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우리에 인생에서 책의 중요성이 항상 언급됐던 것은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Information)'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책의 중요성은 현대사회에 와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책의 단점도 있다. 시의성 부분에서는 웹에 올리는 콘텐츠보다 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숙고해서 작성해야 하고, 인쇄해 서점까지 유통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유튜브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유튜브 역시 기획/제작/편집 시간이 필요하지만, 책에 비해서는 분량에서도 자유롭고 배포가 빠르며, 그 주제도 다양하다. 이는 고객의 세분화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현대 상황에도 잘 맞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 유튜버에 대한 확신을 갖거나 혹은 너무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과정을 볼 때 우리가 책의 제목, 후기, 작가에 대한 평가들로 맹신 혹은 불신으로 판단해 온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유튜브 속에서도 정보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 하는 작업이 사실상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구글이 앞으로 유튜브의 수익을 위해 광고를 늘린다고 한다. 무료 버전 사용자들을 유료 버전으로 끌어들이고, 수익성을 증대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그들이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받아 들 일 수밖에 없는 행보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유튜버를 구독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무료로 정보를 소비하기에 광고를 묵묵히 인내해 왔던 내가 구글의 입장에서는 참 쓸모없는 사람으로 추적(애널리틱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구글이 늘 사용자 분석을 엄청나게 세분화해서 추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됐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간 돈 한 푼 내지 않고, 내가 필요로 했던 정보들을 쏙쏙 빼먹었던 내가 그들이 보기에는 '체리피커'와 다를 바 없었겠지.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공짜로 무언가를 향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공급자가 바라는 것이 아니거나 적절한 시기를 위해 참고 있는 것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