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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Jun 04. 2021

오락실이 그립다.

80년대 생의 추억

나는 게임을 상당히 좋아한다. 


하지만 어릴 때는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가정용 게임기를 사주시지 않았다. 어릴 때는 서운했는데 커서 보니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소에 꾹 참다가도 너무 게임을 하고 싶을 때 찾던 곳이 오락실이다. 


당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두 군데의 오락실이 있었다. 한 곳은 좀 넓은 반면, 다른 한 곳은 정말 소소한 공간에서 영업을 했다. 그 둘 중에 나는 이상하게 규모가 더 작은 오락실에 더 애착이 갔다. 항상 엄마(아마 주인이지 않을까 싶다)와 아들이 가게에 있었기 때문인데 늘 친절했던 분들로 기억하고 있다. 


가끔 예기치 못하게 불량배 형들에게 걸려 소액의 돈을 뺏기는 등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장소였지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은 너무 즐거웠다. 나는 여러 게임들 중에 '캐딜락'이라는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추억의 고전 게임 정도로 말할 수 있는 그 게임은 아직도 아케이드성이 뛰어난 웰메이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명칭은 캐딜락&디노사우르스다

나는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다만, 내 주변에 몇몇 친구들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면 1시간 정도는 너끈히 견디는 친구들이 있었다. 실수가 없는 날은 엔딩까지 끝끝내 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게임 자체를 잘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사실상 적은 돈으로 원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이 더욱 대단해 보였고, 또 부러웠다. 


반대로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무임승차를 하려는 친구들도 많았다. 버너에 있는 점화 장치 소위 '딱딱이'를 가지고 와서 게임기에 대고 줄곧 눌러대는 친구들도 있었고, 동전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낚싯바늘을 끼워서 다시 꺼내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중학생이 돼서는 PC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PC방은 그 동네에 학생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게임을 하는 상황과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엉키며 마치 시장 부럽지 않은 광경을 많이 만들어냈다. PC방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오락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30대가 된 지금도 가끔 술을 마시다가 혹은 번화가에서 약속이 있을 때 오락실을 한 번씩 간다. 그 옛날 오락실에 대한 추억이 상기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오락실에서 즐기는 게임의 맛을 한 번씩 느끼고 온다. 


몇 해 전 플레이스테이션4 Pro를 구입했다. 내 돈 주고 구입한 생애 최초의 게임기였다. 쾌적한 게임과 뛰어난 그래픽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충분하지만, 이제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해 동행하던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또 100원, 200원에 게임을 즐기며 행복해하던 소소한 즐거움도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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