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떤 제품이라는거예요?

가구 회사의 추억 중 하나 꺼내보기

과거에 가구를 판매하는 회사를 잠깐 다닌 적이 있다.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마케팅, 홍보 등등의 일을 오는 대로 처리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홈페이지를 정비하는 일을 하게 됐다. 별거 없겠지?라는 생각과 다르게 매우 많은 양의 사진과 글, 정보 등을 수집하고 나열해서 보기 좋게 홈페이지에 표현해야 하는 일이었다. 

당시 업무 량이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홈페이지 회사와의 갈등 상황이 반복되어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내가 답답했던 일은 MD들의 글쓰기 방식이었다. 

당시 그 회사의 MD들은 미술 전공 혹은 인테리어 전공 출신들이 많았다. 평소 일할 때 표현하는 것들을 듣고 있자면, 예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몰라도 매우 감성적이었다.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것이 그들의 직무에서는 아주 필요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공식적인 글쓰기를 할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특히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적기 위해 간략한 소개를 적어달라고 MD들에게 부탁했을 때의 일이다. 

[죄송한데... 이 제품 설명 좀 정리해서 저에게 보내주시겠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분은 나에게 이런 느낌으로 상세 내용을 적어서 회신했다. 

[이 제품은 엘레강스하고, 러블리합니다.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화사한 봄날의 기운을 품은 자연친화적인 기분을 들게 하는 제품이며, 고급스러운 느낌도 주는 럭셔리한 제품입니다]

나는 바로 헛웃음을 쳤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 나는 글을 잘 쓴다고 유세 부리거나, 허세를 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 상황에서 진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다음 바로 그분을 찾아가서 이렇게 물어봤다. 

[보내주신 거요. 그래서 어떤 제품이라는 거예요?]

[네?]

[아니 저렇게 보내주시면 고객들이 뭘 보고 판단을 해요. 너무 추상적이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였는데 그럼 다른 제품은 어떻게 설명하시게요. 저희가 파는 것 중에 안 좋은 제품은 없을 거 아니에요]

그분은 내가 말하는 거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못했던 지 한 동안 멀뚱히 나를 쳐다보면서 계셨다. 

엄연히 따지면,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저렇게 이야기했던 것은 저 문장에 판단하는 이유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엘레강스라는 표현은 우아하고 고상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우아한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예컨대 디자인이나 가죽, 내장재 등등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 

또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도대체 어떤 아름다운 것인지 알 수도 없으며, 화사한 봄날의 기운은 도대체 어떤 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도 없다. 게다가 애초에 엘레강스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뒤에서 또 고급스럽고 럭셔리하다는 중언부언을 사용해서 결과적으로는 저게 무슨 말인지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표현력은 그 사람의 능력 여부에 따라 바뀔 수는 있지만, 논리적인 것은 노력에 따라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이 생각할수록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공감되는 흐름이 아닌 모두가 공감될 수 있는 흐름으로 써야 된다는 것을 속으로 되새겨야 한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분들이라면 화려한 것보다 논리적인 체계에 초점을 맞춰보면, 외부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