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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Nov 05. 2020

재취업의 늪

feat. 고달픈 9개월의 시간과 800원

그간의 갈등 관계가 폭발했던 나는 그 길로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허무하게도 회사에 들어오는 길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상대적으로 나가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재취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회사야 또 들어가면 되지 뭐! 대한민국에 회사가 한 두 갠가!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야 깨달았다. 결국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회사는 한 군데지만, 그 한 군데를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막상 회사를 안 나가니 그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기분이었다. 오전 내내 실컷 자다가 집에서 밥 먹고 카페 가서 책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그러다 오후에 들어와서 낮잠을 자거나 티브이 보거나 하는 일상이 그저 재미있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3개월이 흘렀다. 이젠 슬슬 다시 회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1년 반여를 일해서 받은 약 1달 정도의 퇴직금을 가지고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것 같다. 


막상 입사지원을 하려고 하니, 이 이유 저 이유로 갈만한 곳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그중에 구미에 맞는 회사를 찾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었다. 처음 해보는 과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나는 여유만만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4개월, 5개월 그리고 6개월, 7개월을 지나 9개월이 되던 달까지 결국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최종 면접에 간 회사도 꽤 있었지만, 결국엔 탈락하는 경우도 많았고, 합격을 했다 하더라도 조건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았다.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던 것은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내 수중에는 모든 돈을 다 털어서 800원이 남았다. 수중에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중고 서적에 팔 수는 있었는데 원래 가격을 생각하니 쉽게 팔 아지지 않아 그것만은 참았었다. 그 당시 난 매일 청소를 했는데 혹시 집 어딘가에서 푼돈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여 그런 행동을 했었다. 


800원


800원으로 어떻게 생활이 됐냐고 묻는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안됐다고 단호하게 답할 수 있다. 먹을 건 친구들이 장 본 걸 계산해주고 가거나, 피자 쿠폰 같은 걸 보내줘서 그걸로 연명했다. 월세는 일단 개기고 보자는 심보로 내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으나, 의외로 주인아저씨가 별 말이 없었다(나중에 정말 힘들었지만 밀린 월세를 10달치를 한 번에 내는 식으로 모두 냈습니다ㅠ)


그 당시에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취업과 알바가 공존하기 힘들다는 걸 느꼈다는 점이다. 취업을 하려면 빨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 준비를 하는 것보다 알바를 빨리 잡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이득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취업을 해야 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면접과 겹치지 않는 내에서만 알바를 해야 하고, 알바가 끝나면 오로지 취업 준비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결국 알바를 하자니 취업을 하기가 힘들고, 취업을 하자니 지금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는 한 숨만 나오는 삶을 살게 됐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당당하게 회사를 나왔던 나는 9개월 만에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이 힘든 상황을 혼자 감내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친한 친구를 커피숍에서 만나고 있던 난 갑자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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