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더 이상 못 다니겠습니다.
인생 첫 홍보팀은 한 취업포털 회사 입사와 함께 시작됐다.
취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작은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약 6명의 수습기자 중 한 명으로 입사한 나는 3개월 후 면접 제의를 받았다. 한 취업포털 회사의 홍보팀 자리였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나는 바로 면접을 봤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취업 후 알게 된 사실은 내 바로 위 선임이 나이 차가 약간 나는 분이라는 점, 홍보팀은 10명이 넘는다는 점, 남자보다는 팀에 대다수가 여자분들이라는 점,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워 복장에 제약이 지극히 적다는 점 등이었다.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알게 된 것은 입사한 지 2달 여가 지나서부터다. 본격적으로 보도자료, 월간, 계간 등의 잡지에 쓸 원고를 작성하면서 바로 위 선임인 과장님의 불평, 불만이 쏟아졌다.
너무 글이 길어요.
글이 늘어져요.
오타 수정해요.
아직도 못썼어요?
그래서 쓰고 싶은 게 뭔데요?
글을 못쓴다는 비판은 매번 나를 따라다녔고, 내가 제일 괜찮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너무 별로여서 나를 뽑았다고 이야기하는 등 자존심 상하는 말도 줄곧 들었다. 그런 발언 하나하나가 기분이 안 좋았지만, 또래의 친구들도 일을 많이 하는 회사였고, 복지 등도 타 회사들에 비해 좋다 보니 좋은 기회를 박차고 싶진 않았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 사람들이 야근을 하기 마련인데, 난 그 반대로 했다. 팀 분위기도 칼퇴근을 하는 분위기여서 나도 같이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잔 후 12시에서 1시쯤 출근했다. 매우 해괴한 라이프 스타일이지만,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었고, 조용해서 집중도 더 잘됐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 조금 더 내가 성장하고, 팀에서도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아침까지 일을 하고 있으면 출근자들이 와서
"안녕~ 출근 일찍 했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지만, 나는 인사 외에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다.
그렇게 1년 여가 흘러갔다. 과장님과의 갈등도 계속됐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기분이 좋으실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글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나의 글 자체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이 반복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나는 폭발했다.
일로 택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나는 택배기사님에게 현금으로 택배비를 계산했다.
"아니 회사 일로 한 건데 택배비를 왜 내요? 비용 올리세요"
"얼마 안 되니까 그냥 제가 낼게요!"
문제는 이상한 부분에서 터졌다. 이후 몇 번의 대화를 이어나가던 나는 왜인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적어도 그날은...
"그 돈 그냥 제가 낸다고요!"
아마 그 날 그 층에 있던 모든 직원들은 내 모습을 다 봤을 것이다. 그렇게 화를 냈던 나는 몇 주 후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의 화해와 협력은 없을 것 같았다.
지난 1년 반여 동안 겪어온 나와의 싸움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글쓰기에 대한 트라우마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