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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Jul 15. 2020

오전이면 기억을 잃어요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되는 글쓰기

나는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홍보팀은 회사에서 발행되는 간행물을 관리하거나, 언론사와의 관계 및 협찬 등을 조율한다. 그 중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보도자료 작성이다. 



기사 작성이 쉽도록 육하원칙에 따른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언론사와의 오래된 관계가 있었던 우리 회사는 수정 없이 올릴 수 있는 기사급의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언론사에 넘겨왔다.* 흔한 홍보 대행사도 쓰지 않았다.


(*오해가 있을까봐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경우는 아니다)


당시 홍보팀은 세 명이었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사람은 선배와 나 단 두 명.


지금은 보도자료 작성 수가 줄었지만, 선배와 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주일에 9건의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적을 땐 3건에서 많을 땐 6건 정도 작성을 한 셈이다. 



문제는 미리 써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출근하면, 오전 내내 보도자료를 쓰느라 시간이 촉박할 때가 많았다. 가장 긴 수준은 A4 3장 정도를 작성하기 때문에 빨리 그리고 정확히 쓰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틀려도 언론사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가 오고, 정해진 시간에 올라오지 않아도 연락이 온다.


(*우리가 작성하는 기사 특성상 당일 아침에 나오는 데이터를 가지고 기사를 써야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오전에는 사실 큰 기억이 남지 않는다. 정신없이 보도자료 쓰고, 파일 업로드했던 기억이 가장 인상에 깊을 정도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도자료를 많이 써왔지만, 아직까지도 글쓰기는 불편하다. 


왜일까?



평소 '글쓰기는 왜 불편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봤다. 특히나 영작문도 아닌 모국어로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어려워야 되는 일인지도 의아했다. 아직도 답을 찾진 못했지만, 아무리 원인을 몰라도 결과적으로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반대로 선배는 너무 편안해 보였다. 같은 자리서 10여 년을 넘게 일한 노하우가 있겠지만, 옆에서 내가 볼 땐 타고난 글재주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간혹 내 의도를 상하지 않게 글을 조용히 고쳐줄 때면, 나는 미처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속으로 화끈거림을 느꼈다. 또한 선배의 능력에도 감탄했다. 


반면에 늘 나는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고, 글쓰기가 불편했다. 또 피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홍보팀이라는 것이 매우 역설적이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는 못했지만, 당시 난 내가 글을 잘 못쓰는 것은 모두 첫 직장의 트라우마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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