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심리 상담
사건 발생 후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덧 세 번째 심리상담을 받게 됐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무슨 생각을 하던지 이미 관계는 끝이 났죠. 저도 알아요. 하지만 아직 힘들어요. 생각도 많이 나요. 아직까지도 얼굴을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몇 주가 지나고 나니, 그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번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 사람은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어서 저에게 이것저것을 많이 이야기해 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했으니까요.
그건 제가 잘못했어요
다만, 그건 헤어짐의 이유로 이해될 뿐이지, 마지막에 제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요. 저를 너무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문자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만남, 전화도 있는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그렇게 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런 회피형 혹은 공포-회피형 애착에 따른 성향이 맞다면, 저에게 더 잘해줬어야죠. 우리가 계속 만났다면 그 힘듦을 제가 더 짊어져야 했을 것인데, 저를 이렇게 막대하다니요. 그렇게 절 하찮게 대하는 사람을 계속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 별로예요.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사람과의 관계는 이미 끝이 난 것이고, 저는 저의 내면과 과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난번 시간에 선생님과 이야기했듯이(과거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엄청난 눈물을 쏟을 뻔했지만, 꾹 참았었다) 저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마음이 외로우니까 연애로 그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어요.
잘 생각해 보니, 연애와 결혼 등과 상관없이 사람의 외로움이라는 것은 늘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저는 제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저의 외로움을 인정하니, 친구도 더 만나고, 연애하고 싶고 이성친구와 보내고 싶은 시간은 이상한 것이 아닌 것이 됐어요.
그리고 꽤 많은 시간 동안 부모님을 원망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물론 저에게도 잘못이 있어요. 성인이 된 이후의 시간들은 제가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바꿀 수 있었죠. 혹은 제가 덜 욕심을 부리면서 사는 방법도 있었고요. 그래서 전 분명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저도 더 잘했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빨리 좋아질 줄 몰랐는데, 놀라워요. 더 대단한 것은 객관적으로 본인의 실수도 인정을 하신다는 거예요.
친구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여러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다 비슷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의 대화 이외에도 하루 종일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것들이 모두 상담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사실 하루에 8~10시간씩 상담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한심스럽게 바라보지 않았어요. 심지어 한 친구는 본인이 힘든 상황인데도 시간을 들여서 저에게 좋은 말들을 해줬어요. 그 사람들처럼 제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늘 어려움에서 꺼내주려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많은데, 저를 힘들게 하고 무시하는 사람에게만 빠져서 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제가 용인하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다니는 보컬 학원도 계속 나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시간이 나면 등산도 가요. 헬스장에서 개인 PT도 신청했어요. 시간이 될 때는 매제가 있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따라도 다녀보고요. 가락동은 늘 제가 일하는 환경과 달리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만 봐도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잘 이겨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상담 없이 조금 지내보려고 해요. 하지만 가정사 이야기 혹은 감정적인 부분들은 조금 더 상담을 하고 싶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서요.
사실, 비용으로 내고 오셔서 상담을 받으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요. 평소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잘 못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도 주변에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친한 친구들과 시간 많이 보내시고 대화도 충분히 나누시면서, 보내시길 바라요. 전보다 표정도 좋아지고, 말하시는 것도 분명해지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따뜻한 말을 들으며, 선생님과의 상담을 마쳤다.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상담을 더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상담은 일단락 됐다.
세 번의 심리 상담을 받으며, 매주 말과 생각이 달랐던 듯하다.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처음, 많은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던 두 번째, 그리고 나름의 정리가 된 마지막 심리 상담. 변화가 많았던 만큼, 한 주 한 주가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아픈 만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간들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나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지옥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나의 친구들과 지인들께 감사하다. 상담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이지만, 앞으로는 상담 이후의 행보에 관해 에세이를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