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unsplash@unitednations]
월요일 퇴근 후에 오랜만에 회사 동료와 저녁 식사를 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동료분이 갑자기 나에게 집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다. 동료분은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전에 내가 지나가는 말로 “집들이 초대 안 하세요?”라고 말한 걸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다. 집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회사와도 가깝고 딱 혼자 살기 좋은 크기였다. 집 구경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분의 카톡이 울렸다. 그리고 갑자기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거 어쩌지? 나 내일 당장 코로나 검사받아야겠는데.”
그 동료분이 지난주에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매장 관리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카톡이었다. 하필 오랜만에 함께 식사하고 집으로 초대한 시점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그는 연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다음 날 동료분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고, 나는 우선 동료분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나의 ‘상상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근육통이었다. 갑자기 눈 떨림과 어깨, 종아리에 근육통이 생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서 ‘코로나 근육통’이라고 검색하니 수많은 검색 결과가 나왔다. 역시나 내가 겪고 있는 증상과 비슷했다. 그다음은 흉통이었다. 원래 살면서 흉통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으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흉통이 생겼다. 이 역시 코로나 증상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구로구 확진자 발생. 동선 공개합니다. 금천구 OO식당 -> 철산역 OO카페 -> 구로구 OO슈퍼’
예상 댓글은 ‘아주 그냥 서울, 경기도를 헤집고 다녔네. 좀 한 곳에 얌전히 있으면 안 되나?’ ‘요즘 같은 시국에 왜 외식을 하나요? 아주 민폐남이네요. 쯧쯧.’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나로 인해 사무실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10층짜리 건물에 꽤 많은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 동료와 내가 나란히 1,2호 확진자가 된다면 사무실은 바로 폐쇄에 들어가고 ‘코로나남’, ’ 코로나 듀오’라는 별명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다.
내 소설은 프롤로그를 지나 1장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상상 코로나 증상이 점점 심해져 갈 때 동료에게서 카톡이 왔다.
“나 음성이래.”
동시에 상상 코로나 증상도 사라졌고 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성급하게 마무리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느꼈던 걱정과 공포는 참으로 끔찍했다. 상상 코로나 만으로 이렇게 끔찍한데 실제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던 분들 그리고 매일 이런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의료진 분들과 자원 봉사자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서 나부터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기본을 철저히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결국 공익광고와 같은 교훈으로 마무리를 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