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산들 Jul 16. 2020

화해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사진출처: unsplash@osomax]


꿈에 친구 A와 B가 나왔다. 꿈속에서 우리 세 명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최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거나 고등학교 동창들 얘기를 하기도 했다.

‘어? 근데 A와 B가 언제 다시 화해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이게 꿈이란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우리 셋이 마지막으로 모인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고등학교 동창인 우리 셋은 절친이었고, 특히 A와 B는 무척 친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서로 연락이 뜸했지만 제대하고 나서는 그동안 놀지 못했던 걸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 셋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용돈이 부족해 파파이스 햄버거 세트 하나를 셋이 나눠 먹는 것조차도 우리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다툼 그리고 절교


하지만 A가 동아리 활동, 과 활동으로 바빠지면서 B에게 소홀해졌고, 섭섭함이 쌓였던 B는 절교를 선언했다. 하필 내가 유학 갔을 때 터진 일이라 둘의 절교를 막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절교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넘게 했다.

A와 B가 절교한 이후에도 나는 A, B와 계속 연락을 하고 번갈아 가면서 만났다. A는 내 앞에서 B 얘기는 잘 꺼내지 않았지만, B는 만날 때마다 A의 안부를 물었다. A 부모님이 건강히 잘 계신지 묻기도 하고, A가 기르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강아지가 보고 싶다며 슬퍼하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A와 B가 예전 추억을 그리워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화해하리라 믿었다.


놓쳐버린 화해의 골든타임


A와 B가 절교한 지 5년 정도 흘렀을 때, B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A의 선물을 사왔다. 당시 엔화 환율이 100엔에 1,500원을 훌쩍 넘던 시기였고, 여행경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A가 좋아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이 뛰었던 일본 프로야구팀)의 굿즈를 사기 위해 한 끼 식사를 포기했다고 했다. 나는 왠지 이 선물이 A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바로 A를 만났다.


하지만 이 얘기에도 A는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A는 말했다.


“나랑 B가 친하게 지냈던 시간이 5년인데, 이미 절교한 지 5년이 지났어. 나도 사회생활하면서 많이 변했고, B도 많이 변했을 거야. 나는 그 시간의 갭을 채울 자신이 없어. 다시 만난다고 해도 서로 더 실망만 할 것 같아.”


이 얘기를 듣고 나는 A와 B가 다시 화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렸고, 이후로 A 앞에서 B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B와 연락이 끊겼다. B 역시 화해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을 한 걸까? 결국 화해에도 골든타임이 있던 셈이었다. 만약 둘의 화해를 위해 더 일찍 노력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과거에 있어 만약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친구 A와 B를 생각할 때마다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계속 내 마음 한편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남겨 주신 댓글을 보면 친했던 사람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화해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더 늦기 전에 용기 내서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상대방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선 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