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런치 동기분들에게
[이미지 출처: unsplash@kaitlynbaker]
브런치에서 동기(?)라고 생각되는 작가분들이 있다. 맞구독을 하고 라이킷과 댓글을 남기며 응원을 주고받았던 작가님들이다. 어느덧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1년 가까이 되었고 함께한 작가님들의 행보에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한 작가님은 최근에 구독자가 1,000명을 넘었다. 올린 글도 많지 않은데 짧은 시간에 1,000명을 넘었다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구독자가 한 자리에 일 때부터 봐왔던 분이라 내 일처럼 반갑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님들은 잠시 쉬어 가는 상태다. 잠시 쉬고 오겠다며 휴재 글을 남겨 주신 작가님도 있고, 글을 올린 지 한참이 지난 작가님도 있다. 어떤 이유일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첫째, 글감이 고갈되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쓰고 싶은 글들이 정말 많았다. 사회이슈에 대한 나만의 생각들, 회사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일들, 친구들에 대한 추억 등등. 하지만 이 추억들과 생각들을 하나씩 글로 풀어내고 나면 어느 순간 글감이 고갈되는 순간이 온다. 이제는 정말 글이 술술 써지는 단계가 아닌 브런치에 업로드하려면 글을 짜내야 하는 정도가 되었다.
둘째, 예전만큼 조회수가 안 나온다.
브런치의 알고리즘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초보 작가들에게 브런치 홈이나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기회를 주는 경향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초창기에 올렸던 몇몇 글들이 퀄리티가 좋지 않음에도 다음 메인에 떠서 높은 조회수가 나온 걸 보면 초보 작가들을 밀어주는 듯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음 메인 노출+높은 조회수'의 힘으로 열심히 글을 써 나아가지만 초보 작가에게 주는 기회가 끝나고 나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분명 예전 글보다 더 노력해서 쓰고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메인에 가지 못하면 슬슬 허탈함이 생긴다.
셋째, 공모전 결과에 대한 실망
특히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나면 업로드되는 글이 대폭 줄어든다. 공모전을 바라 보고 열심히 글을 업로드하고 정성 들여 브런치북을 발행했지만, 공모전의 자리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하나둘씩 출간을 알리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실망감이 몰려온다.
나 역시 세 가지 다 해당된다. 글감도 고갈되었고, 예전만큼 조회수도 나오지 않으며, 공모전 결과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 브런치를 잠시 쉬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회사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입사 초기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던 친구였는데, 최근에 한 플랫폼에 올린 웹소설이 반응이 좋아 수익이 꽤 짭짤하다는 얘기였다. 동기에게 비결을 물어보자 동기의 대답은 간단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글을 꾸준히 쓰면 돼.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어."
동기 역시 악플 공격을 받기도 했었고, 글쓰기에 투자한 노력 대비 수익이 좋지 않아 잠시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던 일단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작가가 제2의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기의 얘기처럼 지금 잠시 쉬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도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다. 소소한 일상들을 소재로 삼고, 브런치의 알고리즘에 흔들리지 않으며, 공모전 결과와 상관없이 꾸준히 글을 차곡차곡 써나갔으면 좋겠다. 조만간 피드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새 글이 올라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