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산들 Jul 02. 2020

공모전에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글쓰기의 결말

[사진출처:unsplash@kellysikkema]


최근 몇 개의 공모전에 지원을 했다. 브런치의 '나도 작가다', '우리가 한식' 그리고 YES24의 '나도 에세이스트' 세 개였다. 공모전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작가 프로필에 한 줄이라도 적고 싶어서였다. 출간 작가의 경우 책 이미지와 함께 출간 작가라고 소개가 되고, 무비 패스 같은 활동을 한 경우에도 프로필에 '브런치 무비 패스 활동' 이렇게 소개가 되는데, 내 프로필은 말 그대로 텅 비어있다. 프로필에 한 줄이라도 있는 작가님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모전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도 프로필에 한 줄을 쓸 수 있는 건가?'라는 설렘으로 말이다. YES24 ‘나도 에세이스트’에는 가족 얘기를 썼고, 브런치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는 초등학교 때 글짓기로 상을 받은 내용을 썼다. 평소에 내가 쓰는 주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고 중간에 막히는 부분도 많았지만 말 그대로 꾸역꾸역 글을 완성했다.


내가 쓴 글의 반응이 좋은 경우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서론-본론-결론까지 막힘 없이 글이 술술 써지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너무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 지금 글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쓴 글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는 글을 완성하고 나서도 개운한 기분이 들고, 읽어 주시는 분들의 반응도 좋아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공모전을 위해 쓴 글은 그렇지 않았다. 쓰고 싶었던 주제도 아니었고 글감도 없었다. 결국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초등학교 시절 얘기까지 꺼내서 썼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이건 좀 억지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의 흐름과 마무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역시나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고, 올린 글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어렵게 썼던 글인 만큼 허탈함도 컸고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도 잃어버렸다.


얼마 전 EBS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공지가 올라온 걸 보았다. 공지에는 ‘당신의 실패사례를 들려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공모전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내 실패사례에 관한 글도 쓰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글을 썼다가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런치에서 정말 많은 작가분들의 공모전 글을 보았다. 읽으면서 ‘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인데?’라는 생각을 하면 역시나 글의 마지막에 공모전에 지원했음을 나타내는 빨간색 글씨의 태그가 붙어 있었다. 그 글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 작가님도 나처럼 평소와는 다른 결의 글을 쓰느라 힘들었고, 또 공모전에 뽑히지 못해 낙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와 같은 작가님이 있다면 공모전에 대한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리고 본인이 잘 쓰는 글을 계속 써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꾸준히 본인의 스타일대로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간 본인과 맞는 공모전을 만날 수 있을 테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여러분들의 프로필에도 '출간 작가', '공모전 당선'과 같은 한 줄이 쓰일 날이 오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20대에 유럽여행을 가지 않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