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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Aug 11. 2020

정용진 부회장의 청바지를 보며 든 생각

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는 정말 비싼 걸까?

[이미지 출처: 정용진 인스타그램]


얼마 전 정용진 부회장이 SNS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한 분이 "청바지 브랜드 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예뻐요"라고 문의했고, 정용진 부회장은 친절하게 브랜드명과 사이트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었다. paige jeans이라는 해외 브랜드로 24~30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이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0만 원 넘는 청바지는 거품이다.', '청바지는 2~3만 원이면 충분하다.', '나는 지금 입고 있는 옷 다 합해도 20만 원이 넘지 않는다.' 등등의 말이 오갔다.



그 당시 옷 가격은 거품이었을까?


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는 정말 비싼 것일까?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어 유행했던 보이런던이라는 브랜드의 청바지는 12만 원 정도였고, 2000년대 국민 청바지로 불릴 만큼 많이 입었던 리바이스, 캘빈 클라인, 게스 등의 청바지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90년대 1,300원이었던 짜장면 가격은 4배가 되었고, 나이키 신발만 해도 2~3배 넘게 되었는데 왜 옷 가격만 계속 싸지는 걸까?


그럼 우리가 그 당시에 사 입었던 10만 원이 넘는 청바지의 가격은 거품이었을까? 정답은 NO다. 그때는 많은 패션업체들이 MADE IN KOREA를 고집했었고, 그 당시 우리가 사 입었던 청바지는 대부분 한국 노동자분들이 만들었던 제품이었다. 디자인, 원단, 봉제까지 모든 생산이 한국에서 진행되었고, 그에 맞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왜 옷은 점점 싸지는 걸까?


기본 티셔츠나 원피스처럼 간단한 옷의 경우 MADE IN KOREA 혹은 CHINA도 있겠지만, 좀 더 봉제하기 어려운 청바지나 아우터의 경우 대부분 동남아, 서남아 등의 최빈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유니클로, H&M, ZARA 등의 해외 SPA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2010년부터는 하나둘씩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소비자들도 드디어 값싼 옷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생산을 고집하던 한국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이 없어 하나둘씩 도산하고, 남은 브랜드들도 살아남기 위해 해외 SPA의 생산을 벤치마킹하게 된다. 그렇게 더 싼 곳에서 옷을 만들기 위해 한국을 떠나 중국, 동남아, 서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WIN-WIN 일까? 노동력 착취일까?


동남아, 서남아로 출장을 가서 10 후반, 20 초반의 어린 노동자들이 미싱기계에 앉아 열심히 봉제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노동자들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캠퍼스 생활을 즐길 나이인데 빈민국에서 태어나 불행한 걸까? 아니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인 걸까? 내가  사람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옷을   있게 해주고,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주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일까? 아니면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한 비즈니스인 것일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던 질문이지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



꼭 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를 사야 한다는 건 아니다. 고객들은 점점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스마트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값싼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다만 우리가 2~3만 원의 가격으로 사는 청바지는 당연한 가격이 아니라 동서남아의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300불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주 6일 때로는 주 7일 미싱기계 앞에서 일한 덕분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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