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는 정말 비싼 걸까?
[이미지 출처: 정용진 인스타그램]
얼마 전 정용진 부회장이 SNS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한 분이 "청바지 브랜드 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예뻐요"라고 문의했고, 정용진 부회장은 친절하게 브랜드명과 사이트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었다. paige jeans이라는 해외 브랜드로 24~30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이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0만 원 넘는 청바지는 거품이다.', '청바지는 2~3만 원이면 충분하다.', '나는 지금 입고 있는 옷 다 합해도 20만 원이 넘지 않는다.' 등등의 말이 오갔다.
그 당시 옷 가격은 거품이었을까?
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는 정말 비싼 것일까?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어 유행했던 보이런던이라는 브랜드의 청바지는 12만 원 정도였고, 2000년대 국민 청바지로 불릴 만큼 많이 입었던 리바이스, 캘빈 클라인, 게스 등의 청바지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90년대 1,300원이었던 짜장면 가격은 4배가 되었고, 나이키 신발만 해도 2~3배 넘게 되었는데 왜 옷 가격만 계속 싸지는 걸까?
그럼 우리가 그 당시에 사 입었던 10만 원이 넘는 청바지의 가격은 거품이었을까? 정답은 NO다. 그때는 많은 패션업체들이 MADE IN KOREA를 고집했었고, 그 당시 우리가 사 입었던 청바지는 대부분 한국 노동자분들이 만들었던 제품이었다. 디자인, 원단, 봉제까지 모든 생산이 한국에서 진행되었고, 그에 맞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왜 옷은 점점 싸지는 걸까?
기본 티셔츠나 원피스처럼 간단한 옷의 경우 MADE IN KOREA 혹은 CHINA도 있겠지만, 좀 더 봉제하기 어려운 청바지나 아우터의 경우 대부분 동남아, 서남아 등의 최빈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유니클로, H&M, ZARA 등의 해외 SPA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2010년부터는 하나둘씩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소비자들도 드디어 값싼 옷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생산을 고집하던 한국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이 없어 하나둘씩 도산하고, 남은 브랜드들도 살아남기 위해 해외 SPA의 생산을 벤치마킹하게 된다. 그렇게 더 싼 곳에서 옷을 만들기 위해 한국을 떠나 중국, 동남아, 서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WIN-WIN 일까? 노동력 착취일까?
동남아, 서남아로 출장을 가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노동자들이 미싱기계에 앉아 열심히 봉제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이 노동자들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캠퍼스 생활을 즐길 나이인데 빈민국에서 태어나 불행한 걸까? 아니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인 걸까? 내가 이 사람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건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싼 가격에 옷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이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주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일까? 아니면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한 비즈니스인 것일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던 질문이지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
꼭 20만 원이 넘는 청바지를 사야 한다는 건 아니다. 고객들은 점점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스마트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값싼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다만 우리가 2~3만 원의 가격으로 사는 청바지는 당연한 가격이 아니라 동서남아의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300불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주 6일 때로는 주 7일 미싱기계 앞에서 일한 덕분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