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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Dec 07. 2019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특징

내가 인마 느그 팀장이랑 어? 같이 밥 묵고 마 다했어!

[사진출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9년 동안, 약 100여 곳의 거래처 사장님들을 만났다. 연 수익이 수십억 원인 사장님, 적자를 견디다 못해 폐업한 사장님 그리고 부모님 사업을 물려받은 내 또래의 사장님도 있다. 성격도 정말 다양하다.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젠틀한 이미지의 사장님,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한 성격의 사장님, 조폭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무서운 사장님도 있다.


여러 부류의 사장님 중에 내가 제일 경계하는 타입이 있다. 바로 처음 만났을 때, 회사 높은 분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들이다.


“OOO 부장님 잘 계시죠? 나랑 일할 때는 주임이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순진하고 어리숙했던 신입사원 때는 저 사장님들이 정말 옛날이 그리워 저런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일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저건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얘기했던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 같이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가고 ?  다했어!” 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한 거래처 사장님은 유독 우리 팀장님과의 관계를 강조하셨다. 나랑 만날 때마다 “내가 팀장님이랑 정말 의형제 같은 사이예요.”라는 얘기를 했다.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착한 분이기도 했고, 내 입장에서도 필요한 업체였기에 계속 거래를 했다.


하지만 거래한 지 1년 정도 지나고 사장님의 실수로 제품에 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여러 검사소에서 테스트한 결과, 그 사장님의 실수가 명백한 상황이었다. 사장님께 테스트 결과서를 보내 드렸고, 사장님은 일단 알겠다며 조만간 회신을 주겠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그 주 평화로운 토요일 점심 갑자기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여기 업체 사장님 만나러 왔는데 사장님이 뭐 문제 있다고 하시네. 근데 그거 제대로 알아본 거 맞아? 어? 확실한 거야? 내가 보기엔 아닌데?”


어이가 없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제대로 치시다니.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과는 가급적 일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여실히 깨달은 사건이었다.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일을 좀 느슨하게 처리한다.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실수해도  인맥들을 이용해 해결할  있으니 괜찮아.’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한국사회는 유독 관계와 정에 약하다. 그 사장님은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팀장님은 본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사장님을 감싸주고 사장님 편을 든 것처럼 말이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이렇게 관계에 의존하는 사장님과는 가급적 거래를 하지 않고, 나도 사장님들과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아무리 간단한 점심 약속도 절대 잡지 않고, 친해질 기회를 아예 차단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리지 않고 냉정하게 실리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실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냉정하고 인간미 없는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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