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덴프로이데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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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우리 부서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 다른 부서와 통폐합되고 구조조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사의 소문이 늘 그렇듯 좋은 소문보다는 안 좋은 소문이 더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다. 소문은 정말 빠른 속도로 퍼졌고, 회사 내 거의 모든 사람이 소문을 알게 되었다.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타 부서 사람들이 내 근황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물어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두꺼운 낯짝으로 말이다. 안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고 일에 집중하기 힘든데 메신저에 불이 난다. 평소에는 연락도 한 번 없던 사람들이 본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연락하는 걸 보면 참 뻔뻔하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한 과장님은 대놓고 "그럼 너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물어보셨다. "너 짤리는거야?”라는 말을 저렇게 살짝 돌려 얘기하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났다.
사실 친한 과장님도 아니었고 내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더라도 본인 팀으로 데려갈만한 위치에 계신 분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걱정해서 하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우리 부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본인의 자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들어 더 그 질문이 달갑지 않았다.
‘샤덴프로이데’
남의 불행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심리
심리학 용어 중 하나인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뜻한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연구진이 7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가진 학생 2명의 취업 면접 기록을 보여주는데, 처음 기록은 취업이 거의 확실하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이 2명의 졸업논문 내용이 형편없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이때 자신감이 낮은 학생일수록 2명의 졸업논문이 형편없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 더 강한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신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불행을 보고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11년 12월 12일 ’자신감 낮을수록 남의 불행 즐긴다’ 기사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최근 그 과장님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의 핵심부서와는 한참 동떨어진 곳이었다. 한 때 회사에서 가장 높은 층에 근무하셨던 분이 이제는 지하 사무실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과장님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슬프게 느껴졌다. 어쩌면 2년 전에 그 과장님이 내 거취를 궁금해했던 건 본인의 자리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2년 전 과장님을 미워하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거나 안도감을 느끼지 말 것. 회사 내에 영원히 안전한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