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 (Robin Dunbar)는 ‘아무리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은 150명’이라고 했다. 이 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20명 정도라는 것이다.
요즘은 지인들과 연락을 유지하기가 쉽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의 SNS는 전화번호, 이메일만 있으면 쉽게 상대방을 찾을 수 있고, 굳이 만나거나 통화를 하지 않아도 자의든 타의든 상대방의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된다. 동창생을 찾아주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망하고, 보고 싶은 지인을 대신 찾아주는 'TV는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이 폐지된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그럼 SNS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 세대들은 어떨까? 가끔 어머니의 예전 직장 동료들이 집으로 전화를 하곤 하셨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굉장히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는 것 어머니가 회사 다닐 때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어렵게 집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하셨다는 것 정도이다. 어머니는 별로 수다스럽지 않은 분이지만, 그때만큼은 정말 여고생처럼 들떠서 30분 넘게 통화를 하시고 나에게도 어떤 사이었는지 얼마나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건지까지 말씀해 주셨다.
그럼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인스타그램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300명이 넘는 ‘랜선 우정’을 관리하느라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끈끈한 관계 20명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의 나를 돌아봐도, 어머니가 전 직장동료의 연락을 받고 기뻐했던 것처럼, 그런 들뜬 연락을 주고받은 기억이 없다. 그저 친구들의 SNS에 올라오는 음식 사진, 여행사진, 아기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영혼 없는 댓글을 주고받은 것이 전부이다.
퇴근 후 울적한 기분에 맥주 한 잔 하면서 내 고민과 하소연을 들어줄 친구가 필요한데, 수많은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면서 ‘과연 누가 내 편이 되어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무의미한 300명의 인맥이 아니라, 끈끈한 관계의 20명이다. 당신에게 소중한 지인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 얼굴을 보거나 따뜻한 전화 한 통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