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와 같다면
그러나 의식에는 층위가 있다.
먼저 끊임없이 재잘대는 생각의 층위. 이 의식은 멈추지 않는다. 주로 언어의 형상으로 존재한다.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외부의 사건 혹은 의식의 주목을 받은 내면의 사건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고 주석을 다는, 말하자면 자동화된 언어기계다.
이 층위의 의식이 원하는 대로 잘 작동하면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하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자동화된 언어기계라서 이 의식의 주인인 나 조차도 통제에 애를 먹는다. 즉, 주인이 원치 않는 생각이나 해석, 평가까지도 쉬지 않고 내뱉는 바람에 이 의식의 주인인 나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 다음은 주의와 집중을 선택하는 층위. 끊임없이 재잘대는 생각을 모두 중요한 것으로 판별해 버리면 의식은 과부하로 터져버릴 것이고,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 의식은 와해될 것이다. 그래서 생각들 중 중요성과 현실성 등을 판별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 때 이 층위의 의식이 작용한다.
주의와 집중이 의지한 대로 잘 조작된다면 의식자에게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배우고, 생각하고, 창조하고, 실행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의와 집중을 빼앗긴다. 과거의 상처, 미래의 불안, 오늘의 뉴스에 시선을 빼앗기고 의식의 중심을 내어준다.
다음은 목적의 층위. 의식의 주인, 의식을 관장하는 자, 의식을 신체 장기처럼 소유한 생명체가 어떤 목적을 지니느냐에 의식은 영향을 받는다. 생명체가 갖는 벗어날 수 없는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세상의 대부분은 이 두가지 목적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안전한 집을 찾고 안전한 차를 사고, 예쁜 옷을 입고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산다. 우리의 목적이 우리의 의식에게 말을 걸어 그것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재잘대는 생각의 층위와 주의집중을 선택하는 층위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것이면 무엇이든 어떻게든 작동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의식의 층위. 재잘대는 생각과 이리저리 주의와 집중을 빼앗기는 의식들, 의도치 않게 집중해 버리는 대상들과 그 이유를 말없이 관찰하는 의식이 있다. 이 의식은 말이 없다. 주장하지 않는다. 목적이 없다. 이유도 없다. 그저, 존재한다. 그리고 지켜본다. 눈과 귀만 있고, 입은 없다.
의도하지 않은 채 오직 관찰하는 의식. 그렇기에 이곳에 의식의 본질, 영혼의 핵심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늘 그렇듯 가장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도 의식의 층위를 느끼십니까? 당신도, 나와 같습니까? 늘 인식되는 이것의 정체를 당신도 느끼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뭐라도 한 마디를 남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