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너 자신을 알라

by 단 하나의 문장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삶을 사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더 이전에 있는 질문에 답을 해야만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남성. 40세. 조용한 성장기를 보냈고 적당히 대학에 갔고 또 적당히 공부를 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가진 돈은 만족스럽지 않고 키는 175이며 몸무게는 90kg정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게으른 편. 책은 많이 읽었다."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것이 내가 누군지에 대한 핵심이 될 수는 없다. 다시 대답을 만들어 본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고기를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고 느긋하게 혼자 쉬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도 좋아하지만 자주 하지는 않는다. 종이에 글자를 끄적이는 것을 자주 한다."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나열한다고 해서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다시 대답해야 한다.


"나는 생각과 생활과 느낌의 너머 어딘가에 묻혀있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


의식의 주체가 스스로를 객체화하여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연필이 의식을 갖게된다면, 그는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글씨를 쓰는 도구?


아닐 것이다. 기능적 쓰임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의식이 어디에 있을까.


1900년대쯤 나무로 태어나 2020년대쯤 공장에 팔려간 뒤 흑연을 품고 2023년 쯤 택배로 부쳐진 무언가로 인식하거나, 아니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질문의 끝에 다다른 연필은 쇼핑을 시작할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교육을 받고, 어학연수를 가고, 여행을 가고, 취업을 하고..


그러므로, 기능적 쓰임을 배제한다면 나는 의식을 지닌 연필과 다를 바가 없게 된 것이다. 동시에 연필과, 휴지와, 나무와, 돌맹이와 나는 다를 바가 없다.


그게 무엇이든, 의식을 지닌 것이 있다면 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의식이 없는 다른 것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분별성을 지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의식을 지닌 사람이다.'


아직 여기까지의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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