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하여
무한한 검은색이 좁혀들어 하나의 은하계를 비춘다. 은하계의 어느 지점은 다시 확대되어 태양계를 향하고, 그 중 작고 푸른 지구를 향한다. 그 지구에서도 한반도, 한반도 중에서도 남쪽, 이 작은 소도시의 이 집, 이 작은 방, 그 작은 방 의자에 앉아 있는 10살의 나를, 10살의 내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내가 나로 태어난 것은 우연일 수 없다. 내가 내가되어버린 이 삶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삶의 의미를 찾겠다던 10살의 아이는 숨겨놓고 잃어버린 비상금을 찾는 40살 아저씨가 되었다. 거대한 질문을 어릴 때부터 품었으나 성인이 되고 난 후 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좋아하는 배달음식이라든지 어제 본 유튜브 따위가 되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이지.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것이지. 하는 생각들로 의문들을 덮어버린 채.
그럼에도 설거지를 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통장을 확인하고 주식 차트를 볼 때에도 머리속을 후벼파고 들어와 나에게 물었다.
"이 삶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이 삶의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물음은 끈덕지게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나를 왜소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의미도 가치도 명백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살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지금이라도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내 삶을 살아야겠어.'
삼만번 째 같은 결심을 하고도, 졸음이 쏟아져 잠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또 그 다음날이 되었다. 시간은 지나고 삶은 흘러가는데 질문은 더 질기게 나에게 엉겨붙었다. 결국 몸뚱아리는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생활을 꾸리지만, 머릿속으로 하루종일 '이 삶의 의미와 목적은, 이 삶의 가치는,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가득 찼고, 그 질문이 생긴 원인과 가장 유사한 오답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정답을 찾아 해멜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햄릿의 대목을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그리하면 너는 누구에게도 거짓될 수가 없을 테니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의미를 찾지 못하느냐, 결국에 의미를 찾고 가치를 발견하고 목적을 추구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진실되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찾아야만 하는가.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