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까치

삶은, 죽음이 만드는 굴곡이라는 걸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by 이종화

어린 까치가 파들대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 곁엔 어미로 보이는 까치 한 마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월요일이었다. 성북동에서 감사원으로 이어진 구불거리는 산길 도로를 타고 나는 출근하고 있었다. 좁은 차선에서 큰 트럭을 만나 아슬아슬하게 교행하는데, 저 멀리 어린 까치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차에 치인 어미를 차마 떠나지 못하는 새끼의 가여운 모습이었다.

녀석은 종종걸음으로 도로를 뛰어다녔다. 큰 차가 달려오면 길가로 달음질쳤다가 차가 지나가고 나면 잽싸게 어미의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모가지를 들어 슬피 울다가 작디작은 부리로 어미 다리 한 짝을 물고 힘껏 길가로 끌어보기도 했다. 죽은 어미는 아주 조금씩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다 달려오는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면 도로에 찰싹 달라붙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차만 지나다니는 산길. 누구도 새끼 까치를 위해 멈춰주지 않았다. 나도 그만 지나가버렸다.

죽음을 생각하면 막연해진다. 죽고나면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미리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 이후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갑자기 먹먹해진다. 지난 날 아버지의 죽음도 막막했다. 회사에는 나보다 열 살도 더 먹은 선배들이 늙은 부모 이야기를 내게 푸념처럼 늘어놓는다. 가끔은 인생을 다 아는 듯. 그래도 그들은 아직 행복한 것 같다. 삶은, 죽음이 만드는 굴곡이라는 걸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태풍이 왔다. 비가 내리고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겼다. 어미 까치는 새끼에게 어서 탈출하라고 했다. 어린 까치는 엄마에게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그 새끼는 과연 엄마 말대로 주차장을 쉬이 빠져나가려 했을까. 어미 까치를 잊지 못해 자꾸 뒤돌아보다가 결국 탈출 시간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비가 그치고 물이 빠졌다. 어미는 살았지만 새끼는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어미의 삶에 어린 까치의 죽음은 또 어떤 굴곡을 새겨넣은 것일까.

찢기고 뜯어진 내 마음을 기우는 건 늘 어머니 몫이었다.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동화에서 깨어나 비로소 삶이 비극임을 깨달았던 열아홉 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삶을 내려놓았던 나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새끼 까치는 어머니 곁을 맴돌며 슬퍼했다. 극장으로, 카페로, 컴퓨터 학원으로, 나는 그 시절 늘 어머니 손을 잡고 다녔다.

온종일 출근길의 어린 까치가 어른거렸다. 어딘가에 차를 멈추고 내가 어미 까치를 길가로 옮겨줬어야 했다. 퇴근길, 그 산길을 가보았다. 다행히 까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그 산길을 자주 간다.


이종화 수필집 《구름옷》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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