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녕
오늘 아침 유유자적 북클럽 톡방에 올라온 김형택 시인의 시를 읽었다. 김환기, 이중섭, 샤갈, 고흐 등 화가들이 그린 달 그림과 함께 감상하며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걸 알았다. 하얗고 동그란 백자 모양의 항아리를 리움 미술관에서 보고 대보름날 뜨는 동그란 달 같다고 생각했다. 둥그런 모양을 보면 따뜻해진다.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모양은 넉넉한 마음 같기도 하다. 밝은 달, 깨끗함, 희망과 꿈. 내게 달은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화가 김환기도 백자 항아리를 모으다가 항아리와 비슷한 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린 푸른 바탕의 달과 항아리와 매화 그림가 그려져 있는 그림엽서를 책상 한쪽에 놓고 보고 있다.
달 그림을 찾아보다가 갑자기 기억난 그림책 <달님 안녕>. 첫아이가 신생아일 때부터 돌이 지날 때까지 매일 마르고, 닿도록 읽어준 그림책이다. 두꺼운 보드책인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집에 이 시리즈를 한 권씩 다 두고 보여줬을, 인기 만점인 책이었다. 첫 아이 임신할 때부터 그림책 사랑에 빠진 나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읽어줄 만한 그림책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태교도 그림책으로 했다.
스토리는 단순했다. 반가운 달님이 떴는데 구름 때문에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온다는 이야기. 지붕 위에 앉아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달이 가려지는 순간 놀라는 몸짓을 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이를 더 긴장하게 했다. 마지막 환하게 웃고 있는 달님 아래로 두 마리의 고양이가 나란히,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있는 모습에 휴~ 하고 마음을 놓게 되는, 짧은 이야기 안에 기, 승, 전, 결이 다 들어있다.
읽어주면서도 ‘이걸 왜 이렇게 좋아하지?’ 하면서 다른 그림책을 들이대기도 했지만 역시나 아이는 또! 또! 를 외쳤다. 그때 기록한 그림책 노트를 책장 구석에서 찾아내고 봤더니 육아 잡지에서 스크랩한 ‘달님 안녕’ 기사가 나온다. 달님은 엄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젖을 먹고 자라는 포유류는 엄마의 가슴을 쉽게 찾기 위해 유아기에 동그라미 모양을 좋아한다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물론 달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2010년부터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의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는 노트를 한 장, 한 장 보면서 ‘이럴 적이 있었지.’ 지난 추억을 꺼내 보고 있다. 나도 30대 시절이 있었고, 신생아 아가를 키우는 초보 엄마일 때가 있었다는 것.(지금도 서툴지만^^) 옹알옹알 말하던 귀여운 아가가 이제는 친구 같은 딸로 성장했다는 것이. 그 시간이 아득해진다. 공책에 적힌 문장을 읽으며 딸을 불렀다.
“지원아, 이거 네가 쓴 시야. 너 이런 책도 좋아했잖아.”
오래된 공책 속에 아이의 말과 나의 말이 그대로 살아 전해지는 정월 대보름의 밤.
창밖을 보니 구름에 가려졌다 보이는 둥그런 달이 떠 있다.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오늘의 달도 기억하겠지. 공책에 기록된 아이와 나의 일상처럼 그저 오늘, 내 앞에 놓인 이때를 또 기록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