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서 생각한 것
이번 제주 여행에서 일출을 보러 갔었다. 해뜨는 시간 7시 36분, 숙소에서 6시쯤 출발해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꼭대기까지 가니 많은 사람이 해뜨는 걸 보려고 이미 와 있었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니 여기저기서 와! 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나도 핸드폰으로 떠오르는 해를 찍고 영상으로도 남겼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향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추위를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난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걸 싫어하는 나는 왜 굳이 먼 곳에 가서 봐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해는 어제도 떴고, 오늘도 뜨고, 내일도 뜰텐데 집 창문으로 보면 안 될까. 왜 우리는 매일 뜨는 해를 보러 먼 곳까지 가는 걸까. (일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ㅋ)
내가 내린 답은 간단하다. 익숙한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창문 너머로 해가 뜬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침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뿐이다. 뇌는 이미 알고 있는 패턴을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 에너지 낭비니까. 그래서 매일 일어나는 일은 우리 감각에서 지워진다.
하지만 뜨는 해를 보기 위해 바닷가로 가는 건 익숙함을 깨는 행위다. 낯선 장소, 이른 시간, 차가운 공기, 파도 소리… 평소와 다른 맥락을 만들어내면 같은 해도 다르게 보인다. 수평선 너머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해를 보며 우리는 비로소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다. 같은 현상이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건 해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다.
그렇다면 질문이 바뀐다. 어떻게 하면 매일 뜨는 해를 보면서도 감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경이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언어화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창밖을 보며 한 문장이라도 적어보는 거다. “오늘 해는 어제와 어떻게 다른가.” 구름의 모양이 다르다. 빛의 색이 다르다. 공기의 질감이 다르다. 언어로 포착하려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쓰기가 관찰을 예민하게 만드는 이유다.
또 다른 방법은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소리와 함께 보기. 바람을 느껴보기. 같은 풍경도 다르게 다가온다. 익숙함을 벗어나면 감각이 깨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도다. 해가 뜬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지구가 딱 이 거리에 자리 잡고, 오늘 아침도 정확히 자전해서 내가 이 햇살을 받는다. 이 모든 게 맞아떨어진 기적이다. 그걸 의식하는 순간, 일출은 다시 경이가 된다.
사람들이 바닷가로 일출을 보러 가는 이유는 결국 이것이다. 일상에서 잃어버린 ‘처음 보는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 낯선 장소가 주는 긴장감이 감각을 깨우고, 함께 기다리는 시간이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해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해를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우러 가는 것이다.
일출보며 핫초코 마시기^^
매일 뜨는 해 앞에서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는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해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문제다.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다. 그들은 낯선 곳까지 가서 당연한 것을 다시 배운다. 익숙함을 깨는 법을. 경이를 되찾는 법을.
새해 첫날이 아니어도, 바닷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일 아침, 창문을 열고 해가 뜨는 걸 보자. 오늘 해는 어제와 어떻게 다른가. 질문 하나가 일상을 바꾼다
(오늘 일출은 놓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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