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들
글쓰기 수업에서 자주 말씀드리는 게 있습니다. 좋은 글은 좋은 질문에서 온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글 쓰기 전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말씀 드릴게요.
질문 없는 글은 왜 흐릿한가
우리는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첫 문장을 쥐어짜내려 애쓰면서,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려 하는지를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방향 없이 출발한 차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듯, 질문 없이 시작한 글은 어딘가 흐릿하다.
질문은 글의 나침반이다. 내가 왜 이 주제에 마음이 끌리는지, 이 경험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 비로소 글에 방향이 생긴다.
글 쓰기 전, 세 가지 질문
글을 쓰기 전 5분이면 충분하다. 자신에게 세 종류의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왜' — 마음의 뿌리를 찾는 질문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을까.'
이 질문은 글의 동기를 찾게 해 준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오래 기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장면이 내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왜'를 물으면 단순한 일화가 나만의 이야기로 변한다.
'주말에 산책을 했다'는 소재가 있다고 하자. 여기에 '왜 그 산책이 기억에 남을까'를 붙이면,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던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글의 깊이는 여기서 만들어진다.
두 번째, '무엇' — 감각의 서랍을 여는 질문
'그때 무엇이 보였고, 무엇이 들렸고, 무엇이 느껴졌을까.'
좋은 에세이에는 구체적인 감각이 살아 있다. 그런데 감각은 의식적으로 불러오지 않으면 글 위에 올라오지 않는다. '무엇' 질문은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색깔, 소리, 냄새, 촉감을 깨운다.
'커피를 마셨다'와 '창가 자리에서 마신 첫 모금이 혀끝에서 쓸쓸하게 퍼졌다'는 같은 경험이지만 전혀 다른 글이 된다. 이런 문장은 재능이 아니라 질문에서 나온다. 컵의 온기, 창밖 풍경, 그 순간 스친 감정을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세 번째, '그래서' — 지금의 나와 연결하는 질문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과거를 쓸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추억 나열에서 끝나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은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나에게로 데려온다. 이 질문이 있어야 글에 울림이 생긴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 마당의 감나무를 떠올렸다면, '그래서 지금 나는 왜 그 감나무가 그리울까'를 물어보자. 감나무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아무 걱정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의 나에 대한 그리움일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은 독자의 마음에 남을 여운을 만들어 준다.
질문은 글의 씨앗이다
씨앗이 땅속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듯, 질문도 마음속에서 자란다. 어느 날 답이 떠오르고, 그 답이 곧 글이 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펜을 드는 순간이 아니라 질문을 품는 순간이다.
지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첫 문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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