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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숙소부터 메리어트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경험한 호주

이민자의 나라, 호주 여행기

by 귤껍질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모를 감기로 후들거리며 서울에 도착했다.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 결항, 끝은 코피라니, 그래도 호주에 다녀오길 잘했다. 너무 좋아서, 다 보고 싶어서 욕심내다가 결국 건강을 해친 게 조금 아쉽다.


본다이부터 쿠지까지 비치 워킹,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원주민 아트, 공원과 햇살, 부드러운 플랫화이트, 달콤한 바나나 브레드가 떠오른다.

뒤늦은 걸스카웃을 경험한 것 같다. 까맣게 해가 진 뒤 도착한 농가 옆 버스 숙소, 호스텔의 냄새나는 공용 화장실, 갈매기와의 사투 속에서 먹는 햄버거 등 자주 이 여행의 다채로움에 웃음이 났다.


해외에서 사는 건 어떨까, 질문을 가지고 출발했다. 호주 여행은 꽤나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줬다.


모든지 스스로 해내야 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해외 생활이겠구나 싶었다. 막막하기도 하지만 해내면 그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보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가고 싶다. 본다이, 쿠지 비치와 오페라하우스 야경 속 연인들이 공기를 다정하고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그 안에 나도 녹아들고 싶었다.


손을 꼭 붙잡고 재즈바와 뮤지컬을 보러 온 노부부, 서점에서 음악과 시 코너에서 오래 머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여러 인종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온 이민자들이 모여서 공통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약속한 다양성과 자유라는 가치,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이 생활 곳곳에 스며 있었다.


첫 사람(first people)으로 불리는 원주민들을 호주 사회가 품어내는 방식도 새로웠다. 땅의 주인이 누구이냐에 따라, 그 땅에서 나오는 것들을 대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게 달라지는 듯했다.


원주민 아트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빨갛고 하얗고 검고, 이런 원색의 대비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서, 모든 그림이 광고 카피처럼 강렬했다.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생각의 조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했는데, 여행의 여정을 따라서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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