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옆 매장의 사장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던 중 배우자가 경미한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듣게 됐고 과거 고속도로에서 본인이 겪어 놀랐었던 사고 일화도 듣게 됐다. 듣다 보니 나의 크고 작았던 사고들도 생각났다.
남자 성인 넷이서 거뜬히 들 수 있다는 첫 차인 경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 신호대기 하던 중 앞 차 뒤꽁무니를 살짝 박았는데 차에서 내린 부부는 본인들 차는 멀쩡하니 그냥 가라고 했다. 나중에 신고할까 봐 불안하다고 하니 그럴 일은 없을 거라며 내게 명함을 주고 갔다. 중형급 정도의 차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해 전, 준중형급 새 차를 뽑아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앞에 있던 경차가 후진으로 다가오더니 내 차를 살며시 박았다. 차에서 내린 차주는 내가 박은 거라며 다짜고짜 적반하장으로 화부터 냈다.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경차가 잘못한 게 맞았다. 차주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내 차도 큰 문제는 없었기에 언젠가의 그 부부처럼 나도 명함을 건네며 웃는 낯으로 보내주었다.
앞서 기억하는 사고 사이에 또 한 번의 사고가 있었는데 아마도 거의 20년은 된 것 같다. 그 사고에 대한 일화까지 그 사장에게 모두 들려주었다. 꼬꼬마 우리 쁨이는 조수석에 앉아서 기다란 어묵 꼬치를 먹고 있었고 나는 목적지를 찾으며 골목길에서 서행 중이었다고. 그때 과속으로 달려오던 suv 차량이 내 차로 돌진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내 다리와 쁨이가 잘못 됐을 거라고 웅성일 정도로 충격이 좀 컸던 사고였다고. 병원으로 옮겨진 우리는 그들의 우려와 달리 천만다행으로 외상 하나 없이 깨끗했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허리를 많이 다쳤었다고. 그때 초진을 5주 받았었다고.
근데 아니었다.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지금 초진은 3주였고 퇴원을 5주 있다가 했는데 허리가 완쾌되질 않아 의사가 1~2주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던 걸 일정 때문에 그냥 퇴원했다는 게 생각났다. 갑자기 잠이 확 깼다.
이후의 사고까지 도합 두 번의 사고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허리 고생하고 있으면서, 남의 일도 아닌 내 일인데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그 대화는 내게 득이 되거나 이러울 게 전혀 없는 그저 그런 수다에 불과했을 뿐인데 몹쓸 기억력으로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이 오프라서 만날 수 없으니 더 찜찜하다. 휴일에 사적으로 연락하는 관계까진 아니다 보니 카톡으로 말하기도 그렇고. 어쩌면 관심 없는 남의 일이라 별생각 없이 들었을지 모를 일인데 양심 바르게 정정한답시고 입을 열어 스스로를 우스운 꼴로 만들까 봐, 2시 넘어서부터 지금 시각 6시 22분까지 고민 중이다. 잠은 다 잤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