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서평을 빙자한 김민섭 작가 찬양기
언제나처럼 유머게시판의 글을 클릭하다 한 게시글을 보았다.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뭐지? 김민섭이 누구지? 또 무슨 일 일어났나?
도파민 넘치는 글을 기대하며 호기심에 클릭한 글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예약해 둔 비행기 티켓을 못 쓰게 됐는데 티켓 양도를 위해 자신의 이름과 영문 표기, 띄어쓰기까지 같은 대한민국 남자 ‘김민섭’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런 일을 하지? 아, 환불을 10%밖에 안 해줘? 그래도 환불받는 게 낫지 않나? 에이, 겨우 만 팔천 원? 너무하네.
내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도 자기들 입맛대로 쓰는 경험을 많이 겪었기에(특히 카드사에서) 어떤 이름인가 한 번 더 보았다.
KIM MIN 까지는 보통 이렇게 쓸 테고. ‘섭’은 어떻게 쓰더라? SEOP? SEOB? SUB?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김민섭이 있던가? 김민섭이 생각보다 흔한 이름은 아닌데?
잠깐 김민섭에 대해 두서없이 생각하다 또 다른 글을 클릭하며 이내 잊혔던 이 이야기의 후기는 인터넷 어딘가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던 것 같다. 아, 이 얘기! 오, 김민섭 씨 진짜 찾았네. 대박!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 예고편 갈무리그 이후로는 그냥 어쩌다 우연히 얘기가 나오면 그거 들어봤다고 맞장구 칠 정도로만 알았다. 그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에 두 김민섭 씨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야 책도 찾아서 읽어보았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라니 그냥 단순히 사람 찾기 프로젝트 아니었어? SNS를 잘하지 않아 몰랐는데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것도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정말 다르게.
<같은 이름을 가진 김민섭 씨에게 티켓을 무사히 양도하고 그는 여행을 잘 다녀왔다. 끝.> 이 아니었다. 김민섭 씨를 찾았다는 글이 올라가자, 많은 사람들이 숙박비 지원, 와이파이 대여, 입장권 제공, 교통카드 양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여행을 도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티켓을 양도받은 93년생 김민섭 씨가 졸업 전시비용을 위해 휴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모 기업에서는 펀딩을 통해 그 비용을 후원했다. 환불정산금 만 팔천 원이 아쉬워 양도를 결심한 처음과 비교해서 결과가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 과정에는 모두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단순하고도 따뜻한 마음이 깔려있었다. 그 마음들을 모아 굴리자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생각지도 못한 행복으로 마무리되었다.
(93년생 김민섭 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며 기후위기에 대비한 환경 친화적인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사실은 부러웠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나였다면 "항공사 나쁜 놈들" 욕 한 바가지 하고 만 팔천 원이든, 천팔백 원이든 그냥 받았을 것이다. 환불받는 대신에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더 값질 거라는 생각을 했단 자체가 놀라웠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만난 김민섭 작가님은 정말 착하다.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에서 '척'이 아닌 '진짜'다. 아마 오만 원만 됐었어도 그냥 환불받고 말았을 거라는 말에는 같이 웃었지만, 이 사람이라면 또 다른 행복한 연결을 시도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님의 페이스북에서 퍼온 말을 공유해 본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쓰면서, 타인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반드시 그를 잘되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잘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신의 잘됨이 우리 모두의 잘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을 믿어요. 그래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시국이 정말 어수선하다. 연말이면 늘 특유의 들뜬 분위기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바쁨 속에서 정신없이 지내는데, 올해는 정말 기운이 안 난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런지 몸도 여기저기 아프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는, 현시대를 연결하는 이런 소소한 다정함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잔잔하게 일상을 보듬어줄 ‘당신의 온기’가 절실한 요즘이다. 이 온기가 모여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잘되면 좋겠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1. 작가님을 오래 알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좋아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는데, 마음처럼 써지지 않아 결국 이렇게 마무리. 이래서 덕질이 힘들다.
덧붙임 2. 이 다정한 작가님은 또 다른 멋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에서 착안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여행 보내주는 프로젝트다. 나도 적은 돈이지만, 매달 후원하려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https://naver.me/GbD4mVAz 에서 당신의 다정함을 나눠주시길.
▶️본문은 클릭이 안되서 댓글에 주소를 적었습니다. 클릭하면 바로 넘어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