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영화들
2024년을 돌아보기 - 영화 부문
넷플*스, 쿠*플레이, 디즈*플러스, 티*, 웨*브까지. 구독하고 있는 OTT서비스가 제법 되지만 사실 거의 보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보기 위해서거나 지인 찬스로 인해 앱만 잔뜩 깔아놨지 정작 내 휴대폰에서 재생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올해의 영화는 내가 직접 영화관에 가서 본 것 중에서만 골랐다. 당연히 모든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천만 관객을 찍은 영화는 보지도 않았다. 어쩌다 티켓이 생겼거나, 여유가 생겨 본 것들이라 지극히 주관적인 영화 순위임을 참고하여 봐주시길.
다른 쟁쟁한 작품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한 2024년 영화는 '핸섬가이즈'이다. 동생이랑 같이 보느라 시간이 맞는 것이 없어서 우연히 본 영화였음에도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주인공 세 명 모두 좋고 싫음조차 없는 관심 밖의 배우들이고, 줄거리도 B급 감성을 달고 나와서 기대조차 안 했건만 나를 너무나 웃게 만든 영화였다. 허무맹랑한 내용에 잔인한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의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보고 나서 지인들한테도 권했는데 다들 만족해했다. OTT에 나오면 한 번 더 볼 의향도 있음!
핸섬가이즈 스틸컷 中 (출처 : CGV) 두 번째 영화는 '비틀쥬스 비틀쥬스'. 이건 개봉 전부터 너무나 기대를 하고 있었고, 영화는 기대에 부응했다. 팀버튼 감성을 좋아하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 전작인 '비틀쥬스'를 미리 보고 이 영화를 보는 편이 좋다. 그래야 리디아와 비틀쥬스의 서사도 알고, 극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를 이해하기 쉽다. 매니악한 영화라서 흥행은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주위에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나만 좋았으면 됐지!
비틀쥬스 비틀쥬스 포스터 (출처 : CGV) 아이들 덕분에 애니메이션도 몇 편 봤는데 나와 첫째와 둘째가 꼽은 영화가 다 다르다. 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라페지움'이 좋았다. 작화도 예쁘고 노래도 신나서 재미있게 보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첫째는 '블루 록 - 에피소드 나기'. 굿즈로 원본 책까지 받아서 엄청 좋아했었다. 영화관에서는 탄산음료를 허용하는 엄마 때문에 양껏 사이다를 마시고 꼭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야 마는 둘째가 유일하게 화장실을 참고 본 영화는 '브래드이발소 - 빵스타의 탄생'. 여기서 빵탄보이즈가 부르는 노래가 한동안 우리 집 주제곡이었다. (빵! 타버렸네.) '인사이드 아웃 2'는 보기 전까진 실컷 기대하더니 보고 나서는 오히려 시들한 반응이었다.
트라페지움 / 블루 록 / 브레드 이발소 포스터 (출처 : CGV)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했던 영화는 '웡카'.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예습시켰지만 정작 아이들은 '릴스'에서 본 '움파룸파춤'에 꽂혀 있었다. 영화 중간에 그 장면이 나올 때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춤을 추는 바람에 좀 부끄러웠으나,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웡카'의 한 장면. 저 유리병 안에서 움파룸파가 춤을 춘다 (출처 : CGV) 독립영화 중에서는 '장손'이 좋았다. 유명한 영화평론가도 이 영화를 2024년 한국영화 1위로 꼽았더라. 현실 반영이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되어 있고, 적당한 유머와 감동 심지어 반전까지 있어서 좋았다. 마음에 더 와닿았던 건 내가 추석에 봐서였을지도. (제사 문화 제발 좀 없어졌으면...)
메인포스터는 아니지만 분위기가 맘에 든다 (출처 : CGV) 책을 원작으로 했던 영화 중에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도 아니고 배우도 아니었는데 영화는 굉장히 유쾌하게,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다. 책의 매운맛은 줄이고 달콤함은 더했달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역시나 주인공 둘 다 청룡영화상 수상을 했다.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 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출처:CGV)헤밍웨이의 '살인자들'을 모티브로 한 '더 킬러스'도 보고 싶었으나 못 봐서 아쉬웠다. 근처 상영관에서는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더라. '한국이 싫어서'는 책도 좋아했고 배우 연기도 기대돼서 개봉일에 오픈런했는데 책이 더 나았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굿즈는 챙겨서 다행이었다.
'한국이 싫어서' 굿즈 나침반. 내가 갈 길을 알려주나? 확실히 아이들이 좀 크니 나의 여유 시간도 많이 늘었다. 올 한 해 본 영화가 지난 10년간 본 영화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을 정도다. 내년에도 좋은 영화를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종종 가질 수 있길.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