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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m Dec 30. 2022

아프고 어지럽고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남의 일인줄만 알았던 폴댄스를 시작했다

올해 10월 초, 쓰레기 같은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안 좋은 기억을 잊고 싶어서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많이 찾아 다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고, 4륜구동 차를 운전하고 싶어서 버기카도 타고, 카트 레이싱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예전에 갖고 있던 취미가 독서, 미술감상 등 정신적인 활동 위주였는데 이별 후 정신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그런 활동을 이어가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서 가능한 몸을 쓰고, 생각을 비우며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액티비티 취미를 찾아 몰두했다. 그러고 몇 주 지나서 10월 말에 "새로운 도전을 찾는 중인데, 다음엔 또 뭘 하지?" 라고 쓴 내 인스타그램에 달린 지인의 댓글, "폴댄스 도전하실래요?" 하나에 시작하게 된 폴댄스. 처음 체험수업을 갔던 날이 11월 9일이니까 이제 시작한 지 7주 정도 됐다. 나는 브런치에 폴댄스를 시작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 전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폴댄스로 인한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나는 폴댄스 시작 후 전체적으로 몸이 슬림해졌다. 하지만 헬스 PT를 겸하고 있고, 헬스 PT를 두 달 받은 후 시작한 폴댄스라서 다이어트 효과가 전부 폴댄스만의 효과라고는 장담 할 수 없다. 특히 하체트레이닝 같은 건 PT의 효과를 많이 본 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폴댄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몸이 눈에 띌만큼 슬림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 인바디를 측정해보니 운동 하기 전인 4개월 전보다 체지방을 5프로 이상 감량하고 체중은 2킬로가 줄었으며, 근력량이 꽤 늘어 있었다. 지금도 계속 체형이 변화하고 몸이 슬림해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평상시에 몸이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폴댄스 학원을 가거나, 혹은 폴 연습실에 가서 혼자 연습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있으며 헬스 PT도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첫날



11월 9일 폴댄스 원데이클래스. 뭣도 모르고 일단 매달려서 버티라고 하니까 그렇게 했다.


동작은 스프레드-엔젤-다이아몬드 이렇게 콤보로 이어서 했는데, 스프레드는 배를 폴에 딱 붙이고 가슴을 들어 올리면서 두 다리를 뒤로 길게 쭉 뻗고, 무릎과 발끝까지 쭉 뻗어서 버티는 자세다. 그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사진처럼 접으면 엔젤, 두 다리를 다 접어서 삼각꼴을 만들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나는 세 개 다 무리 없이 해냈다. 솔직히 두 달 동안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며 근력을 키워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냥 매달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건 다리를 뒤로 쭉 무릎굽히지 않고 곧게 뻗는 거였는데, 다리를 뒤로 쭉 뻗으려면 코어힘이 받쳐줘야 하는데 코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폴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어깨를 아래로 내리며 목을 위로 쭉 뻗어서 폴을 아래로 밀어 땅에 내리꽂는 느낌으로 해야만 어깨에도 무리가 안 가고, 자세도 예쁘게 나온다. 지금은 그 원리를 알고 신경 써서 연습하려고 노력하는데, 첫날은 뭐 그런 게 됐을 리가... 그냥 어찌어찌 무거운 몸으로 낑낑대며 매달려 버텨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날 체험수업을 해내고 지금까지 폴을 할 수 있었던 건 실은 내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아서 폴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고, 체험수업날 본인의 폴복도 빌려주며 나를 이 길(?)로 이끈 한 친구 덕분이다. 처음에는 발도 못 떼고 낑낑댔는데 그 친구가 계속 자세를 봐주고, 영상을 찍어보라며 격려해주고 동작 성공했을 때는 박수도 쳐줬다. 생전 처음 이런 운동을 해본 데다, 평소 내가 몸치라는 것에 약간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터라 만약 그날 그 친구의 응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주눅이 들어서 폴댄스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글을 통해 상냥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폴댄스도 잘하는 지선 씨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럼 첫날 후기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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