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귀여운 반려 돌 이야기

돌과의 교감이 가능할까요? 그럼, 물론이죠.

by Kyum

사람 간의 소통엔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이를테면 뭐 제스처, 눈빛, 입꼬리의 각도 같은 것들. 나는 그런 비언어적 요소를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사람 외 다른 것들과의 교감도 잘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 돌과 같은. 반려 돌이라는 말을 실제로 쓰고 있는지 검색해보니, 어 뭐. 진짜 있다. 비슷한게. 애완돌이라나. 하지만 줄을 매달아 질질 끌고 다니며 갖고 노는 방식으로 다루는 장난감 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5년 전 작은 액세서리 가게에서 만난 그 돌, 그 돌로 인한 특별한 경험 때문에 이런 걸 쓴다. 겨울이었고, 몹시 추웠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복귀하는 길에 회사 근처 세 평짜리 액세서리 가게에 갔다가, 먼지 쌓인 매대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던 그 돌을 만났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그 돌은, 뾰족한 삼각 피라미드 모양에 아련한 연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재질이었지만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안이 훤히 보일 것 같았고,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사람으로 치자면 외유내강의 우아한 타입 같았다. 솔직히, 난 그날 그 돌에게 완전히 반했다. 돌에게 반하는 것은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으나, 사람에게 반하는 것이나 돌에게 반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사람에게 반할 때 설렘 이면에 상처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돌에게도 똑같은 걸 느꼈다. 돌이 나를 주인으로 받아주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랬다. 나는 그 돌을 믿을 수 없었고, 돌 따위에게 반한 내가 미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난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서 한참 그 돌을 쳐다보다가, 점원이 다가와 말을 걸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흠칫 주위를 둘러봤다. 돌을 쳐다보는 동안 몇 분이나 지났는지, 시간이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점원이 말하길 돌의 명칭은 로즈쿼츠, 또는 장미수정. 사랑을 이뤄주는 효험이 있단다. 사랑을 이뤄주는 돌이라는 말에 뭔가 김이 팍 새 버리고 유치하게 느껴져, 나는 조금 전까지 느꼈던 그 돌의 강한 존재감마저 시시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점원이 손바닥을 펴보라더니 내 손바닥 위에 그 돌을 가만히 얹어줬는데,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돌의 말을 들은 것이다! 돌의 언어란 사람처럼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감정의 덩어리 그 자체였다. 기쁨, 평온함, 나른함, 그리움, 사랑. 뭐 이런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들이 돌을 얹은 내 손바닥 아래로 스며 혈관을 타고 몸 안 구석구석으로 깊숙하게 퍼져나갔는데, 그런 기분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나는 엄청 큰 존재에게 위로받은 듯 울컥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기분이 이상해져 돌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왔다.


그 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가게 근처를 기웃거리다 결국 돌을 사지 않았다. 우선 고작 돌 따위를 3만 5천 원에게 산다는 건 내가 뭔가에 홀리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 같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실제로 돌이 뭔가에 홀려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유실물, 중고물품에 귀신 씐 괴담을 많이 본 탓에...) 그러다 고민하던 며칠 사이 딱 한번 가게를 더 들어가서 슬쩍 다른 돌 몇 개를 손바닥 위에 얹어봤는데, 그 많은 돌들 중에서 나와 교감을 하는 것은 오로지 내가 처음에 봤던 그 작은 핑크색 피라미드 로즈쿼츠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면서, 돌을 팔던 가게와도 멀어져 다시는 그 돌을 볼 일이 없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가끔씩 그 돌이 나오는 꿈을 꿨다. 돌은 꿈속에서 아주 거대하고 집채만했는데, 분명 어딘가에 입구가 있었다. 나는 입구로 들어가려고 돌의 둘레를 빙빙 돌다가 잠에서 깨곤 했다. 한 번만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안에 뭐가 있건 한 번만 보고 싶은데 도대체가 그걸 볼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랬다. 5년 내내 생각보다 자주 나는 그 돌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돌을 데려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뭐, 원한다면 언제든 그 가게에 가서 돌을 구매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시도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 돌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자질이 부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 다섯 개가 박힌 반지를 감당할 만큼 힘이 센 캐릭터였으니 그런 걸로 치자면 나는 타노스의 이름 없는 서른 번째 부하쯤 되는 듯 자존감이 낮았다고 할까... 돌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고 단순히 돌이 예뻐서였다면 분명 돌을 샀겠지만, 돌과의 어떤 교감을 느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돌이 나에게 주는 어떤 위로와 평온함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된 후 돌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돌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게 바로 올해 중순이었다. 문득 검은 안개로 에워싸고 있던 마음마을의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고 결심이 섰다. 아, 돌을 데려와야겠군! 하지만 액세서리 가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가 들어와 있었고, 오프라인으로 그런 걸 파는 가게를 또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온라인에서 그때 내가 봤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돌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만약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고, 인터넷으로 포메라니안 한마리 주문 버튼을 누르고 기사님이 나에게 배달 왔습니다. 하면 열어서 바로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문제였다. 나는 평생 함께할 반려 돌을 입양하려는 거다. 5년 전 내가 본 그 돌은 그 돌이어서 좋았다. 그럼 그 돌, 혹은 그 돌만큼 좋은 돌을 내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나는 다시 한번, 그때 그 돌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친구이자 내 고등학교 동창이 원석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 나는 곧장 그 동창에게 연락을 했고, 동창을 통해 몸에 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로즈 쿼츠 원석 팔찌를 제작하게 되었다. 왜 피라미드가 아니었냐면, 항상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팔찌가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한편으로 돌의 형태가 그쯤해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믿을만한 사람에게 나와 교감할 수 있는 돌을 입양하는 것. 그뿐이었다.


로즈 쿼츠 원석은 심장질환과 트라우마 치유에도 도움을 줘. 동창이 말했다. 5년 전엔 사랑을 이뤄주는 돌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트라우마 치유와 사랑을 이루어주는 것 간의 관련성을 쉽게 짐작해낼 수 있었다. 이런 거잖아.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안의 문제를 극복했을 때 타인을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말의 의미, 여기서 사랑이란, 나 자신과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난 원석의 힘을 믿는다. 원석이 얼마만큼의 세월을 거쳐 어떤 곳에 있다가 나에게 오게 되었건, 사람과의 소통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언어와 세월을 초월한 깊은 위로와 교감을 전해줄 수 있음을. 앞으로도 나의 인생에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며 마음의 풍요와 안정감을 주는 반려 돌로 존재할 것임을.


팔찌는 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도착했다. 손바닥 위에 팔찌를 얹으니, 5년 전에 느꼈던 것과 동일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 따뜻한 감동이 내 손바닥을 타고 혈관으로, 몸 안으로 구석구석 퍼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그때와는 다르다고, 무섭지 않다고, 드디어 내가 돌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노라고. 돌을 가질 자격을 얻는 데 5년이나 걸렸다. 무엇이 나를 그처럼 망설이고 두렵게 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 스스로에 대한 불신, 무력감 같은 검은 감정이었을 테지. 내가 이제는 원석을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젠 내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일 테고. 지금은 팔찌를 손바닥 위에 얹으면, 5년 전 그 돌을 손에 얹었을 때와 같은 생명력이 주는 짜릿한 고양감 같은 것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내 안에 상당부분 흡수되고 일체되었다고 생각한다. 난 이 돌이 원래부터 나와 한 몸이었으나 잠시 떨어져 있다가 되찾은 것만 같다. 그래서 팔찌는 내게 돌이 아니다. 내 일부니까. 뭐 그렇다고 이름까지 지어 부르지는 않는다. 내 일부인데 무슨 이름이 필요하겠어. 아무튼 구매한 후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도 도움이 되어서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도 나는 가끔씩 5년 전의 그 돌을 생각한다. 만약 그 돌을 데려왔더라면 내 인생엔 그동안 좋은일들이 더 많이 일어났을까? 세 평짜리 액세서리 가게에서, 먼지 쌓인 매대 위에 홀로 영롱히 빛나고 있던 그 돌을 내가 데려왔더라면 말이다.


Tip.

원석을 다루는 고등학교 동창은 돌을 고를 때는 자신의 성질, 기운과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뭐, 예를 들어 내가 감정 기복이 크다면 감정 기복을 완화해줄 수 있는 원석을 고르고, 내가 피로를 잘 느낀다면 기운을 줄 수 있는 원석을 고르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돌을 구매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종로에 원석을 파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다고 하니 그곳에 방문해 손바닥 위에 돌을 얹어 자신과 기운이 맞는지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본문에서 내가 '돌이 살아있다'라고 표현한 그 기분을 실제로 느낀다면 어쩌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그 교감의 기운과 감정은 말과 글을 초월하니까. 만약 손 위에 얹어보고, 그런 고양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의 운명일테니 돌을 구매하기를 바란다. 안 그러면 5년 넘게 그 돌이 나오는 꿈을 꿀걸... 또 한 가지 팁, 원석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는 함유량을 확인하고 순도가 높은 돌을 고르는 편이 좋다고 하고, 그런 게 적혀 있지 않다면 직접 전화를 해서 물어보라고 한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역시 지인들을 수소문해 믿을만한 사람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아, 참고로 원석을 위조해서 판매하는 것은 위조하는 데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믿을만한 셀러(원석을 전문으로 다루는)를 통해 적당한 가격에 구매했다면 가짜일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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