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명상을 시작한 계기는 불면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강제로 명상을 시켰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노이즈가 잔뜩 낀 싸구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세면대 배수구에 물 내려가는 듯한 소릴 들으며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건강합니다. 따위의 말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던 그 시간을 꽤나 싫어했다. 그래서 그땐 몰랐지. 내가 지금처럼 명상을 열심히 하는 어른이 될 줄은.
반년 전엔 불확실한 미래,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어떤 일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사건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툭툭 튀어나오는 잡생각으로 밤마다 머릿속이 쑥대밭이 되었다. 가끔 그런 시기가 있었지만 보통 금방 괜찮아졌는데, 그땐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평일에 삼사일은 잠을 잘 못 자서 얼굴은 항상 퉁퉁 부었고 피부는 거칠었으며, 늘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몇 가지 불면증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 본 건 틀어놓기만 하면 꿈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드는 주파수 사운드. 이런 제목의 8시간짜리 유튜브 영상이었다. 최면을 걸듯 원형 소용돌이가 중심점 속으로 무한히 빨려 들어가면서 웅. 웅. 웅 하는 진동소리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단순한 영상이었다. 설마 이런 게 효과가 있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하고 그 소리를 틀어놓고 누운 지 10분도 안돼서 난 신기하게도 잠이 들었다. 이후 한동안은 매일같이 그 영상을 틀어놨고, 그때마다 매번 금방 잠이 들었다. 하지만 영상의 약효는 딱 3주를 가지 못했다. 영상을 들으며 잠든 지 2주가 좀 지나고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진동 소리를 한 시간째 들으며 뜬눈으로 새카만 천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난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시간은 오전 한 시 반. 어둠 속에 안구로 쏟아지는 스마트폰의 전자열이 따가워서 유튜브에서 추천해주는 불면증 해소 관련 영상을 아무거나 얼른 누른 후 폰을 내려놨는데, 그게 명상 영상이었다.
효과는 좋았다. 나는 가이드의 나른한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그때부터는 매일 밤 가이드가 있는 명상을 여러 개 찾아보고 매번 다른 영상으로 하나씩 들으며 잠들었는데, 어느 날엔 나도 모르게 가이드의 말에 집중하게 되면서 우주에 나만 남은 듯한 기분을 경험했다. 그 기분은... 굉장했다. 아마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명상에 집중한 날이 아니었을까. 그 후 본격적으로 명상을 하기로 결심하고 나는 운이 좋아지는 명상, 자존감 올려주는 명상, 차크라 명상 등 다양한 종류의 가이드 명상을 경험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하다 보니 지금은 가이드 없이 혼자 내면을 다스리는 명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명상을 시작하고서 불면증도 해소되고 마음의 구름도 다소 걷히면서 삶에 균형감을 찾게 되는 등 꽤나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기에, 지금부터는 내가 혼자서 잠들기 전에 누워서 명상하는 방법과 그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이 마음이 어렵거나 불면증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첫 번째로, 명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이 되는 것은 몸의 긴장을 내려놓고 힘을 전부 빼는 것이다. 가이드가 있는 명상을 진행할 때도 보통 가이드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몸에 힘을 빼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생각보다 몸에 불필요한 힘을 많이 주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몸에 의식적으로 힘을 전부 빼고 눈을 감은 채 몸이 바닥으로, 지하로, 무중력의 우주로 툭 떨어지는 것을 상상한다. 눈, 눈동자, 눈썹, 미간, 두피, 어깨, 그리고 혈관과 심장까지 신체 모든 부분을 구석구석 마음의 손길로 쓸어내리고 이완해 육체를 온전히 쉬게 한다. 그러다 보면 잠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럼 그냥 잔다. 내 몸이 잠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것, 그게 내가 명상을 하면서 정한 한 가지 규칙이다. 뭔가를 억지로 하지 않을 것. 모든 과정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울 수 있게.
만약 잠들지 않았다면 이제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한다. 물리적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따뜻한 빛을 보내 치유하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최근에 하루 종일 노트북을 보며 일을 하고 있어 뒷목이 뻐근하고, 커피를 자주 마셔서 위가 좀 쓰렸다. 그래서 몸에 힘을 완전히 빼도 위와 뒷목 부근에 잔여 긴장이 남아 미세한 떨림과 둔탁한 뭉침이 느껴졌는데, 그럼 나는 그 부위에 반짝이는 하얀빛이 생명체처럼 일렁이며 통증을 치유하는 걸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감각한다. 그런다고 아픈 곳이 실제로 말끔하게 낫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의 정신으로 육체를 살피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지. 이처럼 체내의 구석구석에 에너지 파장을 보내 건강한 기운으로 채우다 보면 졸음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역시 그냥 잔다. 하지만 만약 잠들지 않았다면, 이제 자아와 대면하기 위해 혼자 하는 명상의 세 번째 단계로 간다.
마지막으로 몸을 충분히 이완하고 치유한 후 남는 감정을 자각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건 그것이 슬픔이라면 녹아서 사라질 때까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 할 것이고, 기쁨이라면 보풀처럼 일어난 들뜸이 정제되어 몸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바라볼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모든 감정의 본질이 같음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아무리 커다란 기쁨이라 할지라도 어떤 서글픈 그림자를 동반한다. 태풍이 한 차례 지나고 나면 남는, 나의 무의식을 지탱해주는 영롱한 원석, 감정의 본질, 그것이 바로 내 자아다. 나의 자아는 불안도, 슬픔도, 그리움도 결국 무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저 오롯이 존재하며 나를 지킨다. 나의 자아는 어떤 감정이건 찰나의 순간일 뿐, 감정 자체가 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자아는 슬퍼하면 안 돼, 혹은 불안해하면 안 돼. 와 같은 저항 없이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감정을 그저 온전히 받아들이되, 동시에 그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매번 이 순서대로 명상하진 않는다. 어떤 날은 첫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고, 세 번째 단계부터 시작해 맨 마지막에 몸에 힘을 다 풀어놓을 때도 있다. 그렇게 순서가 뒤섞이는 건 자연스럽고, 명상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기에 내버려 둔다. 해결이 어렵거나 정답이 없는 문제에 명확한 답을 찾는 나의 조급함, 그 조급함이 불안을 자초하는 밤에는 꼭 깊은 심호흡과 함께 명상을 한다. 매일 명상을 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내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명상을 통해 삶의 밑바탕을 새롭게 다지는 과정에서, 나는 불필요한 힘을 빼고 담대하게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그 힘과 용기는 곧 나의 직관력을 튼튼하게 하며, 직관력은 나의 자아를 맑게 정화하고, 주관을 더욱 선명하게 만듦으로써 내 삶을 좋은 길로 안내한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명상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마음에 어떤 어려움도 없으며, 원하는 일은 뭐든지 막힘없이 해내고, 결핍도 불안도 없는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 만약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딱히 원하지도 않는다. 나를 받아들이고 감정의 에너지를 치환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도 꽤 근사하니까. 만약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내면의 문제로 조금이라도 아파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명상을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분노와 슬픔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는 강렬하고 새카만 파장을 갖고 있다. 그 강한 힘을 명상을 통해 긍정의 에너지로 치환한다면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난 앞으로도 꾸준히 명상을 하고 내면을 수양하며 좋은 경험을 축적하고,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삶을 추동할 것이다.
초등학교 때 반 아이들에게 명상을 지시한 담임의 근황이 궁금하다. 내가 그 사람을 싫어했던 건 남녀가 다투면 노골적으로 남자애들 편을 들고, 스승의 날 본인에게 선물을 주지 않은 아이들을 호명해 종례 시간에 칠판 앞에 20분씩 세워뒀고, 숙제 안 한 애들 손등을 직각으로 세운 30센티 자로 무 썰듯 찍어 때리던 마조히스트 할머니... 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혹시 명상으로 본인의 뒤틀린 자아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실제로 명상을 경험했다기 보단, 본인이 명상을 가르쳐준 아이들에게 구한말 외국인 선교사가 된 듯한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던 건 아닐는지... 모쪼록 그러한 역기능에도 주의해야지. 나는 살아있다. 그러므로 나는 잘 살고 싶다. 그래서 이런 걸 쓴다.
Tip.
날이 부쩍 추워졌지만, 나는 요즘 명상으로 추위를 이겨낸다. 먼저, 추울 때 단전에서 주홍빛 따뜻한 열기가 피어나 손끝과 발끝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내 몸은 따뜻하다." 고 소리 내어 말하며 몸에 힘을 뺀다. 그러면 실제로 몸이 따뜻해지고, 움츠렸던 어깨는 활짝 펴진다! 이건 꽤나 놀라운 경험이니 추울 때 꼭 한번 해보시기를. 그래서 나의 팁이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두툼한 재킷을 입고 외출하자는 것이다. 명상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것보단 애초에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큼 따뜻하게 옷을 입는 편이 감기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