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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26. 2023

켠 김에 왕까지 가능?

패드만 안 던지면 난 다행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

게임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a8rqq47gi0

이제는 닌텐도 스위치가 있지만, 어릴 때만 해도 집에 있는 게임기는 PC 뿐이었다. 그 PC 조차도 아버지가 일할 때 사용하시면 할 수 없었다. 어릴 적 우리 형제는 그래서 컴퓨터를 매우 조심히 써야 했다. 엄하지 않으셨지만 아무튼 고장 나면 쓰실 수 없었으니까. 


<슈퍼마리오 3>  출시가 1988년이라고 쓰여 있는데, 왜 난 초등학교(또는 국민학교) 정도에 출시한 게임으로 기억하는 걸까? 돌아보니 내가 유치원 때 겜보이를 겨우 샀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돌릴 수 있는 게임도 얼마 없었는데. 어른들께 받았던 용돈을 모아서 부모님이 사주셨다. 지금 기억에 한 20만 원이었나? 그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엄청난 기계다. 


그렇지만 이 게임기를 사고 얼마 안 가 시들해졌다. 그도 그럴 게 친구집에 가니 당시 닌텐도를 가져온 현대 컴보이와 또 일본에서 물건너 온 패미컴이 엄청난 인기였기 때문이었다. 겜보이로는 인기 있던 게임을 돌릴 수 없었다. 나중에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애들 손에 게임보이 어드밴스가 들려 있었다. 물론 그 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소수였다. 그때쯤엔 이미 대부분 게임을 PC로 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러웠다. 일본제를 살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가끔 얼마 없던 게임기 관련 가게에서는 TV에 게임 소프트 화면을 틀어주곤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바로 <슈퍼마리오 3>였다. 


마리오 시리즈는 알았다. 하지만 세련되었다는 느낌은 이 3편부터다. 맵 시스템을 처음 봤고, 거기다가 아이템을 구매해서 스테이지 중 필요할 때 꺼내 쓴다는 점도 독특했다. 물론 편의성이 늘어난 만큼 난이도는 그래도 조금 해봤던 1편에 비하면 엄청나게 어려워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계속 도전했다면 언젠가는 깰 수 있었을까? 지금도 누군가가 돈을 주지 않는다면 엔딩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 장르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흔히 2D 횡스크롤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내 생각에 근성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서 나는 한참 떨어진다. 그래도 오래된 게임이라 공략법이라는 게 있어서 좀 나을까 싶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할 수 있는 게 넘쳐나는 시대에서 끝까지 붙잡고 할 수 있을까?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어 그런 걸까? 짧고 예상이 가능한 일에만 손이 간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도 사람이 그렇게 된다. 아무리 불편한 영화라도 보기 시작했다면 멈추는 일 없이 계속 보곤 했다. 요즘은 조금만 불편하다 싶으면 잠깐 멈춘다. 때로는 아예 다른 작품을 보기도 한다. 옛날의 내가 보았으면 이 무슨 괴상한 일인가 싶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도 귀하니까 스트레스받기 싫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세계다. 


그래도 가끔 어릴 때 게임샵 가게 앞에서 봤던 <슈퍼 마리오 3> 맵이 떠오른다. 어려우니까 흥미진진하고, 이 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싸매며 할 생각에 두근거렸던(심지어 맵도 엄청 많았고, 변신하게 하는 아이템도 많고) 그때를 말이다. 하지만 다시 드는 생각은 어릴 때야 말로 별다른 걱정 없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던 때였구나 싶어 조금은 씁쓸해진다. 이제는 내 일은 알아서 찾아야 하는 나이구나 싶어서. 




사진 출처 : 삼성 겜보이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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