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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25. 2023

처음이라 그래

보석 개발로 부자가 돼 보자 <스플렌더>


보드게임이 처음이라는 사람에게 무슨 게임을 추천할까? 보드게이머라면 각자 기준이 되는 게임이 있을 텐데, 나는 그 기준을 <스플렌더>로 잡는다. 이 게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그때부터 전략 게이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스플렌더>는 르네상스 시대의 보석상이 되어 가장 부를 많이 쌓은 상인이 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물론 보석상이 그냥 되지는 않는다. 보석상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 자산이 필요하고, 그 자산을 활용해서 보석 광산 등을 개발해야 한다. 귀족의 방문을 받아들임으로써 입지를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출처:boardgamegeek.com


처음에 게임을 시작할 때는 막막하다. 무엇이 더 유리한지, 어떤 보석을 모아서 개발카드를 가져와야 하는지 감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 종류의 보석만 모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여러 종류를 노리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처음 1~2라운드 정도는 지루하게 돌아간다. 그러다가 개발카드를 구매하는 플레이어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다.


출처:boardgamegeek.com


게임 속 개발 카드 오른쪽 상단을 보면 각 색깔의 보석이 그려져 있다. 내 앞에 내려놓은 카드, 즉 보석 칩을 지불하여 구매한 개발카드는 일종의 보석 광산 역할을 한다. 구매한 카드가 많아진다는 건 내 창고에 항상 보석이 마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광산이 늘어나면 가져와야 하는 보석 칩의 필요성이 점점 낮아진다. 이쯤 되면 게임이 중반부를 넘어섰다. 모든 플레이어는 누구보다 빨리 종료 점수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한다.


게임을 해보면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순식간에 부자가 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몇 푼 없어서 개발 카드 하나조차 2~3라운드를 거쳐서 구매한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내가 산 개발 카드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다음 개발 카드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구매한 카드가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점차 굴리는 보석 숫자가 증가한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다.


게임이 가지는 미덕 중에 하나로 성장하는 재미를 압축적이면서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험을 보드게임으로 느꼈을 때 좀 더 짜릿하다. PC 게임과는 다르게 경쟁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반응을 바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거기다가 내가 느끼기에는 성장했다고 자각하기 까지 걸리는 플레이 시간이 짧다.  


특히 이 스플렌더는 성장하는 재미를 경험하기 좋은 게임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분들에게 문의해 보니 스플렌더로 본격적인 보드게이머 라이프를 시작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도 입문했던 시기의 영향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어떤 일이든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다. 알면서도 마음이 잘 안 먹어진다. 나이가 먹으니 익숙하지 않다는 게 점점 스트레스다. 새로 산 보드게임을 처음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드게임은 룰 공부를 해야 한다. 누군가가 룰을 설명해 준다고 해도 처음은 어색하다. 오늘도 새로운 게임을 했는데 간단한 게임인데도 그랬다. 끝날 때가 되었을 때야 긴가민가 한 정도? 하지만 예전에 내가 처음 보드게임을 접할 때보다는 많이 익숙해졌을 거다. 그만큼 보드게임을 많이 접했으니까. 스플렌더에서 개발 카드를 구매하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한편으로는 내가 쌓아온 경험이 개발 카드처럼 보기 좋게 놓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다음 스텝을 고민하기가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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