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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Jan 09. 2024

23년 마지막, 24년 처음

오늘의 숙취 (1)

숙취에 경력 따윈 없었다.


대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술맛을 알고 달리기 시작한 술 경력(?). 거의 마흔이 다되었으니 먹어온 양이나 20년이나 되는 기간으로 보자면 회사에서는 부장님 소리는 듣지 않을까?


하지만 경력과 숙취는 별개다. 요리조리 숙취를 피해보려 노력을 해봐도 항상 제자리이다. 술은 마시다 보면 세지기도 한다는데, 숙취는 그런 게 없다. 항상 자기 마음대로다. 술을 마시는 나도 숙취에 당하기 전까지는 그 최악을 상상할 수 없다.

글루와인. 달달한 게 전자레인지에 한 컵 따라서 돌리면 뱅쇼가 생각나는 술이었다. 재작년 동네 서점 모임에서 마셔보고는 너무 취향이어서 마트에서 보이자마자 바로 샀다.


23년 12월 31일. 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이 병에 남은 마지막을 털었다. 

안녕, 2023년. 2024년은 즐거운 한 해가 되길. 

기분이 좋다. 연거푸 두 컵을 마셨다. (한 400ml 정도 되지 않았을까)


새벽을 지나면서 술기운이 빠졌다. 

정신이 맑아지는데, 머리는 무겁다. 속도 좋지 않고. 


2024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이건 너무 전형적인 숙취가 아닌가. 

첫날부터 맥 빠졌다.


글을 쓰는 오늘까지는 아직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셨다간 언제 또 숙취에 사로잡힐까 겁이 나 그렇다. 


정말로 숙취는 경력이 없다.

하지만 숙취는 금방 잊힌다. 

그래서 또 술을 마신다. 숙취를 모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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