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조차 삼킬 수 없다. 토할 만큼 토했는데 또 올라온다. 그 와중에 아랫배도 찌르르 거린다.
삼십 대가 되자 숙취를 쫓기 위해서 숙취해소제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무지 숙취를 견딜 수가 없다.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약국에 들러서 숙취해소제 세트를 구매하면, 마음이 든든했다. 처음에는 약이 너무 잘 들어서 술자리가 두렵지 않았다. 어제 좀 달렸는데 오늘 눈을 떴을 때 말짱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쾌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제 술을 너무 골고루 잡쉈다. 일하고 마신 술이라 쭉쭉 들어갔다. 마신 술이 너무 좋았던 점도 한몫했다. 양조장 사장님은 숙취가 없는 술이라면서 너무 자신만만해하셨다. 술에 취한 나는 그 말을 너무 믿었다.
오렌지 주스도 토했다. 물도 토했고, 머리는 무겁고 어지럽다. 약국을 빠르게 검색했다. 제발 살려줘. 함께 출장 나왔던 대표님이 약국에 다녀오라고 했다. 만세. 약을 먹을 수 있다면, 난 살아날 것이다.
"술 깨는 약 좀 주세요."
"술병이 나신 거죠?"
"네, 그런 거 같아요."
"속이 안정될 때까지 드시면 안 돼요. 지금 먹었다가는 약 그대로 토합니다."
네? 순간 얼굴이 파래졌다. 날 구원해 줄 수 없다니요. 세상에. 하지만 물조차 마시지 못한 나였으니 약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오후가 되고 조금씩, 겨우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같이 일하던 크루분들은 한동안 놀려댔다. 내 손에는 쓸모 없어진 약이 남았다.
믿을 놈 하나 없다. 아니, 무턱대고 너무 믿은 내가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