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하루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세 번째 주를 맞이했다.
전세사기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동네에 넓고 깨끗한 집을 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적 다니던 학원가, 친구들과 놀던 거리.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찾던 곳이라 편안하다. 몇 년간 풀리지 않던 집 문제와 직장이 비슷한 시기에 생각지도 못하게 잘 구해져서 얼떨떨하다.
오늘은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주말을 기록하고 싶다. 한동안 주말다운 주말을 보내지 못했다. 출근하지 않으니 주말이라는 감각도 무뎌졌고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내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출근하면서 생체 리듬이 자리 잡았고 주말에 대한 기대감도 돌아왔다.
적당히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셨고 눈 뜨자마자 맑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비 주룩주룩 오는 주말은 너무 싫다. 요거트와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 뒤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뽑아 교회로 향했다. 모임을 마치고 헬스장으로 갔다. 러닝머신에서 한참 뛰며 땀을 빼니 기분이 상쾌했다. 배달한 반찬으로 늦은 점심을 차려 먹고 잠시 유튜브를 보며 늘어졌다. 요즘 유튜브로 옛날 드라마를 보는데 은근 재밌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씻고 나가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친구가 사줘서 더 맛있었나? 광역버스를 타야 하는 경기도민이라 너무 늦지 않게 자리를 파했다. 집에 돌아와서 좀 쉬다가 하이볼 마시다 잠에 들었다. 아주 약간 알딸해서 딱 좋았다.
행복한 주말이었다. 늦잠 자고 술 마시면서 불타는 밤을 보내면 나름의 재미는 있어도 다음 날 꼭 후회했는데... 이제는 이런 하루가 더 맘에 든다. 대단한 걸로 가득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고 알찬 느낌. 이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