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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Oct 21. 2020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공교육에서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없지만, 사교육에서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데, 20년 전에 나는 그것 때문에 너무나도 놀랐다. 내가 나를 교육하는 사람을 선택하다니! 학생의 권리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때에 나는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교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생들에게 선택받는 수업을 하게 된다면, 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었다.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학점을 따는 일이 가능했다. 교수님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강의계획서를 유심하게 살펴본 다음,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자주 찾아가는 사람이었고, 강사님들과 티타임을 좋아했다.


철학에 관련된 책은 중학교 때부터 읽었다. 나는 선행학습이 되어 있었고,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는 일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그것은 나의 모든 욕망을 채우게 만드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떻게 진리 앞에서 지적인 욕망이 채워질 수 있었겠는가? 나는 숭실대 철학과를 3차 예비 합격자 중에서 17번째로 입학했지만, 졸업할 때에는 2등으로 졸업했다. 대학원은 전액 장학생으로 다녔다. 나는 학교를 거의 공짜로 다녔다.


2008년 서일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논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반 5명으로 시작한 수업을 3반 36명으로 만들면서 기고만장해졌다. 이 정도면 대치동 학원에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학원에서는 매우 좋은 결과들을 만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가 거대한 욕망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좋았다.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어떤 것이 학생에게 더 좋은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큰 잘못이었다. 


14년 동안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학생에게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아래의 조건을 갖추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3가지 조건은 교사에게 꼭 필요한 자질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1. 목표가 분명한 사람 +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

2.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사람

3.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1. 목표가 분명한 사람 +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

철학을 전공하고 신학을 전공했다고 도덕적으로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나는 봉은중학교에 다녔는데, 도덕 시간에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 이렇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종심소욕불유구(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는다)가 가능한 건가요?" 

선생님은 그것은 공자 자신이 성취한 것이지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공자와 예수가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분들로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성취 가능한 일이다.


내가 다녔던 교회 중에서, 조금 특이한 교회가 있었다. 규모가 매우 큰 그 교회였는데, 그곳에는 사기를 친 사람, 불륜을 저지른 사람,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었다. 그 사람들을 살피면서 알게 된 것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나는 그 사람들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것을 빼앗고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을 행동으로 바꾸는 사람은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사람이다. 만약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로 목표를 정한 사람이라고 하자. 그는 불의를 저지르는 일을 상상하지 않는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데, 그것을 무너뜨리는 일을 감히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한층 더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공자가 어떻게 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공자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한 목표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확한 목표를 가진 사람도 아니며, 도덕적인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목표가 분명해야 도덕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분명하다. 내 목표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나는 나의 목표가 나를 한층 더 도덕적으로 만들었다고 여긴다.



2.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사람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완벽해지려는 욕망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것은 거짓이다. 수업료를 받으면서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사기행위이다. 


나는 텍스트에 대해서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에,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른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여겼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나는 대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공부를 즐겼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하는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는 꽤 오랜시간 동안 스스로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수시 논술을 준비할 때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모범 답안이 깔끔하게 제시되지 않는 학교의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내가 수업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 수시 논술은 제시문을 답안지에 옮겨 쓰는 것을 평가하는 시험이라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범 답안이 정말 중요한데, 모범 답안이 없으면 이정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럴 때에는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고, 학생의 판단에 맡긴다. 학생이 나보다 더 좋은 답안을 제시할 수 있다.



3.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나는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며,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고 있다. 내가 수업을 준비하면서 희열을 느끼는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그것들을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지점을 만들어낼 때의 감정은 어마어마하다. 수수께끼 같은 단편 소설을 학생들이 해결하는 모습은 정말 짜릿하다. 학생들이 느끼는 짜릿함이 전해질 때에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것은 매우 소중한 감정이고 나의 행복과 직결된다. 지적인 욕구를 채우고 싶은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다. 


나는 훌륭한 교사가 되길 바란다. 나는 유명해지거나 우쭐해지기 원치 않는다. 나는 학생들의 이해력이 향상되길 간절히 바란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와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해진다. 지금 시대에는 SNS 때문에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이미 학생들을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공통된 주제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의 시작이다.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는 훈련 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그런 훈련을 돕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철학적 해석학으로 수업을 하는 데에 자부심을 갖는다. 학생들은 정보를 습득할 때에 자신의 선입견을 멀리해야 하며, 열린 사고와 열린 마음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들을 전심으로 도울 것이다. 왜냐하면 텍스트 이해가 곧 자기 이해이며, 자기 이해는 곧 행복과 깊은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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