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생명의 물」
전체에서 부분을, 부분에서 전체를
가다머에 따르며, 철학적 해석학의 대전제 중에 하나는
"전체에서 부분을, 부분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해석에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일부분에만 적용이 되었을 때에 그 해석은 재고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체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부분적인 것에 대해서만 좋은 해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림 형제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남겼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형제의 소설은 「헨젤과 그레텔」이고 「생명의 물」은 그다음입니다.
「생명의 물」 줄거리
이 이야기는 두 개의 이야기가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왕의 회복을 위해서 '생명의 물'을 구하러 가는 왕자들의 이야기 + 셋째 왕자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공주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왕자들은 왕의 회복을 위해서 생명의 물을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데, 첫째와 둘째 왕자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칩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합니다. 반면에 셋째 왕자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셋째 왕자는 난쟁이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회복하게 돕는 생명의 물을 얻지만, 다시 곤경에 빠집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공주가 구혼자를 가려내는 이야기입니다. 공주는 셋째 왕자가 생명의 물을 구하러 마법의 성에 도착했을 때에 만났었습니다. 공주는 자신을 구해준 셋째 왕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 일종의 테스트를 준비합니다. 첫째와 둘째 왕자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셋째 왕자는 테스트를 통과하고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조던 피터슨 박사의 해석
조던 피터슨 박사의 『의미의 지도』에서는 이 소설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사는 신화와 원형적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생명의 물」도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를 근거해서 이 소설을 해석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매우 훌륭하지만, 박사의 해석은 「생명의 물」에 대한 전반부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주가 셋째 왕자를 선택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두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
저는 철학적인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고 여깁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모든 것을 도구로 보는 특성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을 도구로 보는 것은 세계에 대한 명쾌한 이해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망치의 도구적 특성은 못을 박기 위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의자는 책상 앞에서 앉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은 이런 식으로 대상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사람을 대할 때에도 사람의 도구적 특성으로 상대를 파악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위기를 불러옵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생명의 물」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사람은 도구적 특성으로 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셋째 왕자는 난쟁이를 자신의 도구로 여기지 않았고, 공주를 자신이 성공하기 위한 도구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는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셋째 왕자는 대단한 성공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