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해석학과 해석, 그리고 실천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일본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3명 있습니다.
오에의 소설에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으로 다루는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다루는 「불을 두른 새」도 자신의 경험으로 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해석과 실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저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에는 청년 시절 어떤 시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기억 속에서는 시와 휘파람새가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시는 청년 시기의 오에에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해석하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는 시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자의 해석을 알게 되고, 이때에는 해석자의 해석에 대해서 감탄하는 동시에 자신의 해석이 부족했다는 절망감을 함께 느낍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는 다시 이 시를 해석하게 되는 때가 오는데, 오에는 전율합니다.
해석은 매번 새로운 단계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왜냐하면 해석은 선입견을 통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은 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종적인 부분에서는 선입견을 밀어내야 해야 합니다.
오에의 「불을 두른 새」에서는 해석을 세 가지 단계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 감정적인 충동의 단계
2.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단계
3. 실천과 몰입의 단계
해석의 최종적인 단계는 텍스트가 자기 자신의 것으로 되는 단계인데, 해석학에서는 이것을 '전유(appropriation)'라고 부릅니다. 텍스트와 하나가 되면서 이루어지는 단계인데, 이때에는 다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해석학에서는 이것을 '텍스트와 거리두기'라고 부릅니다.
1999년 <매트릭스>가 개봉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3번을 봤고, 비디오테이프를 구매해서 70번 넘게 봤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를 중고로 샀었어요.
<매트릭스>에 대한 해석은 격정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국어 시간에서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발표했을 때에는 교수님으로부터 대학원생 수준의 글이라며 칭찬을 받았습니다. 제 자랑을 하자면 그때 교양국어는 A+를 받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지만, 저는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보지 않았습니다. 오에처럼 제 해석이 정확하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해석이 많이 부족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 의미 있는 해석이었지만, 지금은 <매트릭스>를 자기 이해에 관한 영화로 봅니다. 철학적 해석학에 따르면 자기 이해는 곧 실천인데, 자기 이해의 관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텍스트와의 거리두기는 잊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