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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Dec 12. 2022

텍스트와 거리두기

그 이야기는 진짜인가요?

진짜 이야기

진짜라고 이야기한다면 진짜가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야기가 진짜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이야기가 가진 특성으로 말씀드리자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에 몰입을 하게 되면 그것을 진짜로 여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는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한 번 읽게 되면 여러 차례 읽게 되는데요, 어떤 특정한 인물에 몰입해서 읽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때에는 마치 글을 읽는 사람이 조조가 되거나 관우가 됩니다. 제갈량이나 방통이 되기도 하고요. 소설을 읽고 나서는 현실에서 『삼국지』의 등장인물처럼 사고하거나 행동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텍스트에 몰입하면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와 거리두기

해석학자 폴 리쾨르는 『텍스트에서 행동으로』에서 '텍스트와 거리두기'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텍스트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자기화. appropriation)은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작업이라서, 텍스트에 몰입하는 과정 중에 특이한 일이 발생합니다. 텍스트와 나와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계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1권에서는 텍스트와 거리두기를 실패한 주인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사 소설을 탐닉하는데요, 이후에는 자신을 텍스트 안의 기사와 동일한 인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것은 텍스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돈키호테』 2권에서는 텍스트와 거리두기를 인지한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와 실천

철학적 해석학은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룹니다. 텍스트를 어떻게 다루고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텍스트를 선택해야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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