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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토론

인사이트 라이터스 클럽 (2/3)

by Essaytowin
2009년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담아 책으로 냈다. 책은 학생들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글, 그리고 나의 논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든다.

사색은 사려 깊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논술은 확실한 사람을 만든다.

- 벤자민 프랭클린




지적인 자극은 언제부터?

동아리를 하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점은 수업을 준비하는 나보다 학생들이 더 열정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교회에는 행사가 있어서, 그리고 나는 간사를 맡고 있어서 주일에 모이는 모임 시간을 변경하거나 다음 주일로 옮겨야 하는 일이 종종 생겼다. 겨울 수련회나 여름 수련회를 준비할 때에는 내가 많이 바빴기 때문에 모임을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아쉬워했고, 그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적인 자극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내 아들은 지금 2살인데, 때로는 어른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내가 하는 문장을 알아듣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자기 전에 문을 닫고 오라고 이야기를 하면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자기가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지를 하면 엄숙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무언가를 익히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앎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시기부터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생각보다 더 빨리 지적인 자극이 필요한 게 아닐까?



글쓰기

영화 <위험한 아이들>에서는 하루하루를 절망 가운데, 아무런 희망 가운데 살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새로 부임한 선생님을 통해서 변화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글쓰기가 있다. 글을 쓰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게 되고, 그 가운데서 보상을 찾게 된다.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선생님이 학생들과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이 글쓰기에 대한 최종적인 보상이 될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글쓰기 동기를 자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위험한 아이들> 중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 관람

내가 영감을 얻은 부분은 글쓰기가 반드시 텍스트에 한정해서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과 같이 영화를 관람하고 전시회에도 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다. 학생들에게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을까? 2009년에는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을 다녀왔었는데, 그때의 학생들이 작성한 후기를 보면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을 느낀다.


"솔직히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에 사실 학교 방학 숙제 제출용으로 갔다 오려고 했다. 방학 때도 입학시험 끝나고 가족여행 하루 빼곤 거의 40일을 집에서 놀았기에 오랜만에 나들이하는구나, 하는 마음반 호기심 반으로 왔다. 사실 미술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입장을 하면 거대한 방안에 작품이 걸려 있는 그런 TV에서나 나오는 상상을 했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사진도 찍고 안내원 설명도 들으면서 돌아다녔다. 항상 느끼는 건데 뭔가를 보면서 머리를 돌리면서 생각하는 건 사람에게 내려진 축복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일러스트 해서 그냥 만화 컷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말 대단했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 치고는 구경하는 게 정말 흥미로웠다. 점심으로는 나는 짬뽕을 먹었는데 짬짜면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편견을 버리고 짬뽕 짜장도 개 먹는 걸 좋아하는데..? ;;; 별로 맵다는 건 못 느꼈는데 맛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들이라 즐거웠고 나중에 또 이런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쌤 점심이랑 커피는 감사합니다 ㅇㅅ2009년 8월 22일"


영화에서처럼 근사한 곳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일 괜찮은 식당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했다. 학생들과 활동을 하면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문집으로 펴냈다. 글을 쓰면서 학생들과 있었던 10여 년 전의 일을 글을 보면서 다시 떠올리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문집을 다시 보니 손발이 오글거린다. 학생들이 쓴 글에 내가 논평을 해 주었는데, 그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내가 학생들에게 코멘트를 해 준 부분을 반말로 했다는 점이다! 나는 완전히 초보였고, 심지어는 교육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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