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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May 17. 2019

인사이트 라이터스 클럽 (3/3)

영화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 중에서




때로는 사기꾼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집을 살피니, 내가 받은 도움은 너무나도 컸다. 학생들이 지적인 자극을 받고 성장을 했다고 믿지만, 가장 큰 유익을 누린 것은 나다. 학생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말 그것은 축복이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운 것이 많지 않은데, 10여 년 전의 나는 어떠했을까?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진다. 내가 학생들을 이용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부족한 나의 모습을 내가 생각해보면, 내가 사기꾼 같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떤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배움의 자리에서 교사의 역할을 흉내 냈으니까.



나는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했는가?

나는 정말 학생의 입장에서 서서 수업을 했을까? 내가 편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에서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학교로 초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초대한 일이 있었는데, 8명뿐인 학생들을 위해서 작가를 초대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0년에는 내가 서일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조교와 강사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IWC 회원을 서일중학교에 초대해서 함께 작가와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나는 IWC 회원을 진심으로 배려하지 않았다.


작가와의 만남: 『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 작가


나는 정말 어리석었다. 낯선 곳에 오게 한 것도 잘못이었고, 내가 학생의 입장에서 모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내가 편한 방식으로 학생을 오라고 한 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같은 학교에 다녀도 반만 달라도 파벌이 생기는 마당에 다른 지역에 있는 다른 학교의 학생을 불러오다니.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서로를 경계하는 일이 잦은데, 그런 일을 내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수업을 진행했다(서일중학교 방과후학교 수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 것도 IWC 회원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실수와 오류 범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나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말을 하자면, 이제 만나는 학생들에게 그러한 실수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는 점이다. 나는 여전히 실수하며, 여전히 잘못된 것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에 학생들에게 더 좋은 성과를 안겨줄 수 있음을 믿는다.


이제는 모두 성인이라서 학생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는 학생도 있고, 연락이 끊어진 학생도 있다. 학생 중에 전역하는 날짜를 기억하고 있어서, 전역하기 한 달 전에 연락을 했더니, 복무기간이 단축되어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삶을 꾸리는 모습을 SNS에 올리다가 다시 상경한 학생도 있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 진로 고민 때문에 휴학을 한 학생도 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 시간이 되어서 함께 모일 수 있을까? 먼저 연락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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