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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May 20. 2019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2/7)

논술 시험 준비를 돕는 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김흥식, 『하루 만에 끝내는 논술 + 자기소개서』 논평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유시민 씨가 새로운 책을 냈다고 해서 궁금했다.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마지막 부분에서는 유시민 씨가 쓴 책을 다룰 예정인데, 그전에 다른 저자들의 책을 논평할 계획이다.




첫 번째 논평할 책은 『하루 만에 끝내는 논술 + 자기소개서』이다. 나는 여기서 이 책의 자기소개서 부분에 대해서 다루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가 작성하는 글은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비평이 되길 바란다.




책 소개

책 소개는 다음과 같다.


"어려운 지문에 현혹되지 마라, 논술은 글쓰기다!

글쓰기 달인이 직접 풀어 쓴 실전논술 지침서


논술은 처음과 끝이 모두 ‘글쓰기’다. 아직도 수많은 논술 강사들이 논술을 어려운 지문을 ‘이해’하는 것으로 가르치는데, 이건 완전히 틀린 방법이다. 논술은 글쓰기다. 자기소개서 또한 글쓰기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논술을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그저 페이지를 채우기 위한 이런저런 이론은 없다. 시험장에서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한 여러 실전 지침들과, 저자가 직접 시험 시간에 맞추어 문제를 푼 실제 답안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어려운 지문에 현혹되지 말고 글쓰기에 집중한다면 어떤 형태의 논술 문제든 자신 있게 풀 수 있다는 저자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2013년 출간된 《3문 논술》의 제목과 장정, 일부 내용을 보완한 개정판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쓰고 독서 강연을 다니던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한 고3 친구로부터 논술 지도를 부탁받았다. 생전 처음 보는 대입논술 문제의 높은 난이도에 놀란 저자는 직접 문제를 풀어가며, 학생들이 실제로 논술 시험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그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과물이 바로 이 책, 《하루 만에 끝내는 논술+자기소개서》이다.


학교 선생님도, 논술 전문가도 아닌 저자는 기존의 논술 강의, 논술 참고서, 학원의 가르침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실전 논술 지침을 고3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들려준다. 어차피 어려운 논술 지문,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지 말 것, 글쓰기는 결국 자기주장을 담는 것이므로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음을 기억할 것, 지문에 효과적으로 줄을 그어 빠르게 요약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글을 쓰고 퇴고하는 데에 사용할 것 등 생각해보면 매우 상식적이나 정작 전문가들은 강조하지 않았던 논술의 ‘본질’을 담았다. 더불어 부록으로 대입 수시 모집의 필수요소인 자기소개서 쓰기를 수록해, 고3 학생들이 수시 모집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도록 배려하였다." - YES24.com 참고


책은 어떤 "예쁜 학생"에게 논술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시작하는데, 논술이 무엇인지 알려주자 그 "예쁜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끄덕임에 인사이트를 얻었고, 그 길로 논술을 가르치는 강사가 된다. 그러나 인사이트(Insight)가 있으면 인버스 인사이트(Inverse Insight)는 필수다. 철학에서는 인사이트보다 인버스 인사이트가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지만,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현실로 자리 잡고 보편적인 규칙으로 적용된다. 만약에 검증하는 중에 무엇인가 오류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의 주장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논술은 글쓰기다

- 논술은 자기주장을 쓰는 글이다

- 논술에는 답이 없다



비평 1 - 논술은 글쓰기다

저자: 논술은 글쓰기다.

나: 그렇습니다. 논술은 글쓰기입니다. 그런데 글쓰기가 무엇입니까?

저자: 논술은 글쓰기다.

나: 그런데 글쓰기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입 논술의 글쓰기는 어떤 종류의 글쓰기입니까?

저자: 논술은 글쓰기다.


이 책에는 "논술은 글쓰기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반복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서점에 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밀려오는 저자의 주장에서 언어적인 폭력을 느꼈다. 주장이 있으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글쓰기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장에 대해서 수긍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합리적이라고 여긴 다음에 주장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논술은 글쓰기다"라는 말은 어떤 맥락에서 하는지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논술이 어려운 글이 아니라 그냥 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듯하다. 학생들을 위해서.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런 이야기를 수차례 듣고 나서, 그리고 이 책을 시험 보기 전에 몇 시간 읽고 나서 시험을 보러 가면 정말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를 예를 든다면, 이것은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사람이 유튜브에서 조코비치의 화려한 디펜스 샷을 보고 나서 바로 호주 오픈 결승전에 서는 것과 같다. 선수와 학생 모두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연습을 한 후에 시합을 치르고 시험을 봐야 한다. 이것은 상식이다.


논술은 텍스트를 읽는 훈련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시험이다(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텍스트를 온전히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론과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에 저자의 주장대로 논술이 지문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면 그토록 긴 지문이 왜 필요한가? 또한 이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들은 대학교수인데,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문을 실어서 시험으로 출제한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대학이 고등학교 교과서로 시험 문제를 만드는데, 설마 저자는 그것도 살피지 않았단 말인가? 설마 당신은 대학교수의 지성을 의심하는 건가?  


내가 철학과 조교로 있을 때에 문제를 출제했던 교수님의 이야기를 옮긴다. 학과장 교수님은 자신이 낸 문제에서 '비교'라는 말을 썼는데, 고등학교 교사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것은 '비교'라는 단어를 쓰고 다른 것은 '대조'라는 말을 쓴다고 들었다고 하셨다. 언어의 용례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은 단어 하나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비평 2 - 논술은 자기주장을 쓰는 글이다

비평 2는 비평 1에서 이어진다. 저자는 "논술은 글쓰기다"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점이 스스로를 갇히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논술 시험이 자기주장을 쓰는 글이라 확정지었다. 저자는 대입 논술과 에세이를 혼동한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하면 논술은 자기주장을 쓰는 글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문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을 쓰는 글이라면 제시되는 문제는 간단명료해야 하며, 지문은 제공되지 않아야 한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에세이 시험을 보라. 이 시험은 우리나라 대입 논술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문제는 간단명료하다. 철학적 사고와 다방면의 독서 그리고 토론이 없다면 접근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다. YES24 참고



제시문이 제공된다는 것은 정해진 틀에 맞추어서 글을 쓰기를 바라는 대학교수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프랑스와 같은 에세이 시험을 낸다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부분은 시험을 보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 수업도 토론도 없는 교육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자기의 주장을 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와 다방면에 대한 독서 그리고 토론이 필수다. 우리나라 대입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쓰는 시험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쓰라고 하는 시험이 출제된다면, 그것은 교육과정에 반하는 시험이 된다.



비평 3 - 논술에는 답이 없다

묻고 싶다. 정말로. 저자는 대학에서 제시한 기출문제를 분석한 것을 본 것인지. 내가 만나는 논술 학원 강사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여러분, 해답은 절대 보면 안 됩니다." 그런데 문제를 풀고 나서 해답을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문제를 풀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 되는가?

비평 3은 비평 2에서 이어지는데, "답이 없다"는 말은 "자기주장을 써야 한다"의 추론 같다. 저자는 "논술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확신을 가지고 써야 한다. 틀릴 수도 있다. 논지에서 약간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물쭈물하거나 긴가민가하면서 자신 없이 쓰면 절대 안 된다.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기술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니, 시험인데 틀리게 쓰면 안 되지. 그리고 어긋나서도 안 된다. 텍스트에 대한 접근 방법을 가르치지 않으니,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우물쭈물하고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

기출문제 분석은 해답이다. 기출문제 분석을 보면, 텍스트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그러니까 대입 논술은 답이 없어서 자신의 마음대로 쓰는 시험이 아니라, 제시문을 얼마나 잘 종합해서 시험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대학은 공식적으로 해답과 합격한 학생들의 원고를 제공하는데, 왜 저자는 자신이 시험 시간에 맞추어서 문제를 푼 것을 책에 실는가?




세 가지 오류

첫째, 배움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쳤다. 배움이 무엇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자세는 무엇이며, 인내와 고통이 배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못 가르쳤다.

둘째, 책임과 자유에 대한 방만한 자세를 가르쳤다. 자신의 원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를 바라는 감정적인 끌림은 이 책을 읽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공부와 학습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심어주게 되었을 것이다.

셋째, 지성에 대한 오만함 마음 가짐을 심어주었다. 대학 교수들은 이 시대의 지성을 대표한다.




이 책에 대한 평가

- 논술 시험을 준비했던 학생으로서의 경험이 있는가?  X

- 논술 시험 준비를 돕는 강사로서의 경험이 있는가? X

- 논술 시험 준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안이 있는가? X




결론

텍스트를 다루지 않고 글쓰기에만 집중하면 곤란합니다.

지붕 아래 지붕은 또 만들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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