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을 이해할 때에는 구조주의적 방법과 철학적 해석학의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두 방법을 조화롭게 사용하게 되면 제시문을 이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더 명확하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분리해서 설명을 하고, 두 방법이 어떻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기출문제 제시문을 통해서 확인한다.
텍스트를 분해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면 이야기의 흐름과 주제에 대해서 명확해지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나의 다음번 글 "첨삭에 관련하여"라는 글의 다음 글, "구조주의적 분석의 이로움 - 「에밀리에게 장미를」를 통하여"라는 글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에밀리에게 장미를」은 시간의 배열이 뒤죽박죽처럼 되어있는데, 구조주의적 방법으로 분석을 시작하면 이 텍스트가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Step - 1. 주제 문장 찾기
첫 번째 문장
마지막 문단의 첫 번째 문장
마지막 문단의 역접 접속사 또는 마지막 문장
제시문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위에서 말한 3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논의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데에 집중해야 하므로, 이 방법은 제시문의 키워드를 찾는 데에 도움을 준다. 키워드는 3개의 문장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항상 대화와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제시문을 읽고 나서 학생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이 제시문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한다. 선택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글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게 되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글을 배치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기 위해서 덧붙여야 하는 부분과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안다. 그렇지만 내가 수업을 했던 많은 학생들 중에서 일기를 쓰는 학생은 손에 꼽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일을 하지 않으니 글이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 알지 못한다. (글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인데, 일기까지 쓰면서 논술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입시 현장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Step - 2. 주제 문장 만들기
세 개의 문장 안에서 키워드를 찾아내서,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해본다
나는 수업에서 학생에게 위에서 말한 세 개의 문장에서 키워드를 찾아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세 개의 문장에서 찾아낸 키워드로,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학생: "반드시 저 세 개의 문장에서 키워드가 나오는 게 확실한가요?"
나: "그렇습니다."
학생: "왜죠?"
나: "사람들이 글을 그렇게 쓰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글을 쓰는, 그러니까 대학교의 제시문을 사용되는 수준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글에서는 키워드가 위치하는 자리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내가 언급한 곳을 제외한 다른 자리에 키워드를 넣는 사람은 없다.
Step - 3. 강조한 부분 찾기
작은따옴표를 찾는다. 강조 문구를 찾는다
작은따옴표는 강조를 표현한다. 큰 따옴표는 인용이다. 인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조이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작은따옴표의 역할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수업 시간에 끊임없이 작은따옴표의 역할을 강조한다.) 논문을 작성해 보면 알 수 있는데, 논문에서는 작은따옴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시 말하면, 작은따옴표를 사용하면 글을 읽는 사람은 작은따옴표에 온통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는 수업 시간에 "작은따옴표 안에 모든 에너지가 모인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부분에서 제시문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강력한 실마리를 제공받는다.
강조 문구가 있다. 강조 문구는 역접 접속사, 순접 접속사에서 찾는다. 역접 접속사가 가장 강력한 실마리를 제안하고, 역접 접속사가 없다면 순접 접속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주제를 먼저 찾아야 한다. 주제를 찾기 위해서는, 기출문제의 논제와 제시문이 하나의 글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출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논제를 먼저 만들고 제시문을 나중에 찾는 것인지, 제시문을 먼저 찾고 논제를 만드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논제를 만들고 제시문을 찾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논제에 맞는 제시문을 찾아서 논제를 분명하게 만드는 방향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단서는 다음과 같다.
논제는 제시문을 통일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논제는 제시문을 하나의 글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든다.
앞에서 말한 3개의 단계를 적용해서 [논제Ⅰ]과 [논제Ⅱ]를 풀어보자. 먼저 [논제Ⅰ]를 다루어 보도록 하자. 수업은 대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래의 순서에 맞추어서 고정된 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논리적으로 배열한 것은 이해의 진행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순서에 맞추어서 진행되지 않고, 학생의 이해와 수준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진행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논제Ⅰ]에 적용하기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
Step- 1. 주제 문장 찾기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 제시문이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앞의 글에서 확인하였다. 공통된 주제는 예술이다. 제시문 [가]에서는 예술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예술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우리가 실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에 작품은 곧 예술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예술에 대한 관점이 다른 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서로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염두에 두고 제시문을 읽어야 한다.
Step - 2. 주제 문장 만들기
제시문 [가]. 김밥아줌마는 여성 조각가로 묘사되는데, 작품을 만드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
제시문 [나].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유사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목표는 이윤 추구이다.
Step - 3. 강조한 부분 찾기
제시문 [나]에서 "유사 새로움"을 작은따옴표로 강조한 것을 확인하였다. 유사 새로움은 이윤 추구와 관련이 있다. 예술은 더 이상 혁신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철학적 해석학의 접근 방법: 제시문을 읽을 때에는 스스로가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설사 두 제시문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A와 B로 명확하게 구분을 지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우선 찾아야 한다. 입장을 대변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두 개의 제시문에 모두 등장하는 동일한 단어를 찾는 것이 아니다.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에 도움을 받으면, 제시문 [가]에서는 "몰두"라는 단어가 마지막 문장에 나오고, 제시문 [나]에서는 "상업적 이윤"이 예술적 지향과는 다르다는 문장이 나온다. 따라서 두 제시문의 차이는 명확해진다. 두 제시문은 예술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 기술한 글이고, 예술적 관점은 돈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은 돈에 대해서 무관심함, 다른 한쪽은 이익 추구가 목표가 됨.
모범 답안: 모범 답안은 예술의 기능과 예술의 가치를 구분했다.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까지 구분해서 차이점을 기술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논제Ⅱ]에 적용하기
철학적 해석학의 접근 방법: [논제Ⅱ]에서는 제시문 [바]의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제시문 [바]가 다른 제시문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모든 제시문은 하나의 글이다. 하나의 글에 여러 가지 다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제시문 [바]도 예술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글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스스로가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양하지만, 제시문이 주는 실마리로 선입견을 만들어야 내야 한다. 그것이 시간을 아끼게 만든다. "제시문 [바]에서 말하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제시문을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제시문 [바]에서 사용되는 어휘는 예술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여겨야 한다.
제시문 [다]에서 나오는 작은따옴표는 모두 다른 단어이지만, 마지막 단어 '무한선율'로 귀결된다. 전체에서 부분을, 부분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방법에 따라서 해석한다.
제시문 [라]는 시이다. 우리는 다른 제시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시문들은 모두 '예술'에 관련된 글이므로, 예술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부분에 놓여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제시문 [마]는 예술의 영역에서 참여자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작가의 본질은 사진으로만 평가되며,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
Step- 1. 주제 문장 찾기
제시문 [바]의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문장은 "나는 나의 존엄성과 인간다움, 깨끗한 영혼을 지키려고 애쓴다."이다.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을 받아서 선입견으로 이해를 시작해야 한다. 제시문 [바]의 글쓴이는 예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우리는 이해해야만 한다.
제시문 [다]의 마지막 문장에 주목하자. "바그너의 작품은 물결의 너울거림에 몸을 맡기게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특징이다." 글을 써 보면 알게 되는 부분인데, "바로 이것이 특징이다."라는 말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가리킬 때에 사용된다.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제시문 [라]에서 대비되는 "눈"과 "기침"이 반복적으로 기술된다. "눈은 살아 있"고, 시인은 "기침을" 해야 한다.
제시문 [마]의 마지막 문장을 보자. "나는 다만 사진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할 따름이다."
Step - 2. 주제 문장 만들기
제시문 [바]. 예술은 현실과 타협할 수 없으며 나의 존엄성과 관련한다.
제시문 [다]. 히틀러는 바그너에 심취했으며, 작품의 취하게 만드는데, 이 태도는 파시즘과 관련지을 수 있다.
제시문 [라]. 눈은 깨끗한 것을 상징하는데, 시인은 그곳에 더러운 것을 뱉어내라고 이야기한다.
제시문 [마]. 스튜디오에서 사진으로만 소통하는 것이 사진작가의 본질이다.
Step - 3. 강조한 부분 찾기
제시문 [다]에서는 '성배 전설', '성유물', '유대인', '그리스도교도', '아리아인', '독일인', '무한선율', '리듬적∙화성적 단락의 느낌, 종결의 느낌이 없는 자유로운 선율'에 작은따옴표가 사용되었다.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을 받아 맥락을 살펴보면, 작은따옴표는 '무한선율'과 관련되어 있다.
제시문 [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눈"과 "기침"이다. 두 단어의 상관관계를 눈여겨본다.
제시문 [마]에서는 강조하는 접속사와 문구가 등장한다. "오로지", "이것이야말로"를 사용한 문장의 역할을 살핀다.
모범 답안: 모범 답안에는 제시문을 벗어나는 내용을 담은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제시문을 해석하고 이해한 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옮겨놓은 것뿐이다. 새로운 문장을 작성할 필요가 없고, 제시문의 문장을 패러프레이징하면 된다.
이해하기에서의 이점들
구조주의적 방법은 더 정확한 키워드를 찾아내는 데에 유익하다. 철학적 해석학은 주제에 통일된 이야기를 피시험자가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두 가지 방법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지면, 더 분명한 답을 작성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범 답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앞에서 정리한 것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꾸면 그것이 바로 답안이 된다. 시험을 보는 학생은 살을 붙이거나 내용을 늘리는 데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