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은 자소서에 대해서, 두 번째 글은 자소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계획이다.
지금은 자소서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자소서에 관련된 문의와 자소서를 도와주는 수업 때문에 정말 바빠진다. 내가 쓰는 글이 자소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란다.
자소서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자소서는 학생부에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소서 작성을 돕는 수업을 하다 보면 더 절실하게 느끼는데, 조금 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학생부를 기록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학생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는 자소서 대필을 하지 않는다. 대필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의하면 이야기는 모방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작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이야기를 짓는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정시의 비율은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정시의 비중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입시제도가 그렇게 바뀌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3년 동안의 꾸준함을 평가하는 것이 학생에게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해야 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대학에도 이롭고 자기 발전에도 더 좋다.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학은 문제 해결 능력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우리 사회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지성인인데, 대학에서 양성하는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의미 있는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우리가 속한 사회는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나와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꼭 이야기한다. 입시 제도에 맞추어서 진학 준비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대학이 어떤 곳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좋은 학교의 이름으로 자신을 더 빛내는 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대학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대학을 입학하는 데에 더 유리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에서 학생에게 대학이 어떤 곳인지, 대학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대학을 졸업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여기서부터 자소서가 시작된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자소서는 '자기 이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글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는 지점은, '대화'를 시작할 때인데, 대화를 시작할 때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된다.
대화는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놓여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 때에 시작된다. "어제 뭐했어?"라든지, "지난번에 같이 봤던 그 영화 어땠어?" 같은 말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추임새 같은 역할을 하지만, 거기에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학생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풀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스스로 풀어낼 수 없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이야기를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대자가 필요하다. 자소서 작성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소서 작성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교사가 필요하다.
리쾨르가 이야기한 것처럼, 철학자 가다머에 따르면 "우리는 대화"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는 대화로 규정되고 이해되며 해석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은 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글 또한 이야기가 고정된 것(fixed)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함께 시작하면 매우 자연스럽고 깔끔한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자소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룬다.